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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북스]이름 없는 나무 없고 사연 없는 인생 없다 <숲속 인생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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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September 17, 2022, 14:09:21

김서정 지음/동연/312쪽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산과 초목으로 둘러싸인 강원도 평창의 장평이 고향이지만 정작 나무 이름을 제대로 아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스스로 '나무맹'이라 자학을 하면서도 '생존형 숲해설가'로 살아가야 했기에 꾸역꾸역 나무의 이름과 숲의 생태계를 공부해 나갔습니다. 운전면허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해 전국의 유명 산지와 나무들을 찾아다니며 수종 하나마다의 사연과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이름 탓에 종종 여성으로 오해 받는다는 김서정 작가는 20대 중반이었던 1992년 단편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합니다. 이후 출판사에서 일을 하며 다양한 글을 매만졌습니다. 그러던 도중 북한산 산행을 통해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습니다. 몇 편의 에세이집을 냈고 글쓰기 강사로도 활동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숲해설가라는 직업을 만났습니다. 숲해설가들에게 스토리텔링을 강의하다가 본인 스스로 숲해설가에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생존형 숲해설가의 나무공부 분투기'라는 부제가 붙은 <숲속 인생 산책>은 저자가 지난 몇 년간 전국 37곳의 숲과 공원을 직접 답사해 풀어낸 나무와 인생에 대한 에세이 입니다.

 

나무에 대한 단순한 식물학적 소개에 그치지 않고 제목처럼 인생을 살며 겪는 여러 희로애락을 연결시켜 내면의 성찰을 담아냈습니다. 음풍농월하며 나무를 소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성실한 자료 취재를 바탕으로 마치 식물도감처럼 꼼꼼하게 개별 나무의 특성을 자세히 설명함과 동시에 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형식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책의 첫 단락인 '식목일과 충북 괴산 미선나무 자생지' 편에서는 한반도 자생종인 미선나무를 찾아 충북 괴산의 국도를 2시간 동안 너털너털 걸으며 생각했던 단상들을 담담히 펼쳐냅니다. 굳이 사람이 나무를 심지 않아도 자연의 나무들은 자연스레 생사를 결졍했고 나무들이 스스로 자라는 곳을 보고 싶어 찾아갔던 미선나무 자생지에서 저자는 '내가 태어나기 전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나는 스스로 자랐을까? 지금도 자생하고 있는 걸까? 내 삶이 쾌적한 터전, 자생지(自生地)는 과연 어디일까? 나무가 그 길을 알려주고 있다' 며 답을 내립니다. 

 

'정확한 사람과 서울 선유도공원 등나무' 편에서는 이른바 386 운동권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던 저자의 회환도 드러납니다. 특강을 위해 모교를 찾았던 저자는 학창시절 담배를 폈던 등나무 벤치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그때 담배 연기를 많이 뿜어 대서 고사했나 하는 자책감이 들었던 것은 나무 공부에 입문했기 때문일 것이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서울 양화대교에 걸쳐있는 선유도 공원의 등나무 벤치에서 느낀 감상을 덧붙입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문장을 떠올리며 '어디선가 나무를 관찰하고 나무와 교감하고 나무에게서 빚어 나오는 영감 어린 문장이 가득한 책이란 걸 들었던' 덕입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2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인 <숲속 인생 산책>의 미덕은 숲을 해설하는 '해설가'로서의 고민을 넘어 글쓰기와 중년의 삶을 교차하며 개인의 실존적인 고민들이나 자성을 자기연민이나 과잉에 기대지 않고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저자 스스로 인생의 중반부를 넘어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다시 한 번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삶의 단순하고 깊은 황금율을 자연스럽게 되뇌이도록 해 줍니다. 저자가 책의 마지막 단락인 '신화와 강원도 원주 동화마을수목원 물푸레나무'를 보고 적은 문장들처럼 말입니다. 

 

-물푸레나무에 빚진 마음의 부채를 덜어낸 듯, 즉 내 가식을 가득 싼 껍질들이 제대로 벗겨져 본심이 드러난 듯, 그래서 살려는 힘이 솟구쳐 그런 것 같다. 그때 자작나무에 걸려 있는 〈빨강 머리 앤〉 주인공 그림과 거기에 적혀 있는 “정말 멋진 날이야,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라는 문구가 눈부시게 나를 부풀게 했고, 계곡에서 다시 마주한 물푸레나무들이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살아가는 동안 열심히 살아! 오, 그저 고맙고 고맙다, 나무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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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기자 lucky@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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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기업가치 제고계획' 수립 원칙과 세부 작성법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습니다. 밸류업 당사자로 새로운 형태의 공시라는 숙제를 받아든 상장기업에 길라잡이를 제시해 이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고 적극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을 독려하기 위한 조처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기업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배구조'를 한국증시 주요 저평가 요인중 하나로 지목하고 개선방안 공시를 권고하면서 일선 기업들의 수용성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위원회는 2일 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세미나를 열고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기업가치 제고계획 흐름도를 '기업개요-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소통'으로 구성했습니다. 먼저 '기업개요'에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이 그 자체로 기업에 대한 완결성 있는 보고서로 기능할 수 있도록 업종, 주요 제품·서비스, 연혁, 재무상태 등 기본적인 정보를 기재합니다. '현황진단'은 기업의 사업현황에 대해 시장환경·경쟁우위요소·리스크 등을 입체적으로 진단하고 다양한 재무·비재무 지표 중 중장기적인 가치제고 목적에 부합하는 핵심지표를 선정·분석하는 단계입니다. 주요 재무지표는 ▲PBR(주가순자산비율), PER(주가이익비율) 등 시장평가 ▲ROE(자기자본이익률), ROIC(투하자본이익률), COE(주주자본비용), WACC(가중평균자본비용) 등 자본효율성 ▲배당(금액·성향·수익률), 자사주(보유분·신규취득·소각내역), TSR(총주주수익률) 등 주주환원 ▲매출액·영업이익·자산 증가율 등 성장성 ▲자산 포트폴리오(영업·비영업자산), FCF(잉여현금흐름), 부채비율 등 기타로 분류해 다각적인 지표를 예로 제시했습니다. 비재무지표는 지배구조 관련 일반주주 권익제고, 이사회 책임성, 감사 독립성을 위한 여러 요소를 기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항목 및 기관투자자 등 시장참여자가 주목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합니다. 가령 상장기업이 성장성 높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분할자회사를 상장하는 모자회사 중복상장 이슈가 있다면 기업은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을 보호·증진하는 계획을 설명하거나 물적분할 후 분할자회사를 비상장 완전자회사로 유지하는 계획을 밝히는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은 핵심사업부를 자회사로 쪼개 신규상장하면서 모회사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훼손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또 다른 예로 상장기업 지배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의 비상장 개인회사 보유 이슈가 있는 경우 상장기업과 비상장 개인회사간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정확한 사실관계와 향후 계획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통한 감사 독립성 강화도 좋은 예시로 기업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밝힐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목표설정'에서는 일시적·임시방편적 개선이 아닌 중장기 목표를 제시합니다. 중장기적 사업전략없이 단기적인 주가부양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기업가치 제고계획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가이드라인은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계량화된 수치로 명료하게 제시하는 것이 권장되지만 정성적인 서술 또는 구간제시 등 다양한 방법의 목표설정도 가능합니다. '계획수립'에서 기업은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하며 사업부문별 투자, R&D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배당 등 주주환원, 비효율적인 자산처분 등 다양한 사업전략적·재무적 계획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업은 연 1회 공시 사이에 어떤 노력을 이행했는지 잘된 점과 보완 필요사항을 기재(이행평가)하고 주주·시장참여자 의견이 경영에 반영될 수 있는 공식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해 쌍방향 '소통'을 확대합니다. 상장사 이사회는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적절히 수립·이행하는지 감독하고 필요하다면 이사회 보고, 심의 또는 의결을 거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금융위는 강조합니다. 공시는 연 1회 등 주기적 공시와 외국인투자자를 위한 영문공시 병행이 권장되며 예고공시도 가능합니다. 이번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해설서 제정안은 최종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중으로 확정·발표될 예정입니다. 이후 준비가 되는 기업부터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을 통해 공시를 시작합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기업 밸류업은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며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와 유관기관은 밸류업 세제 지원방안 마련·발표,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우수기업 표창 등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며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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