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보험산업에서 저금리로 인한 금리 역마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품포트폴리오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저금리를 겪고 있는 일본, 대만, 독일 등의 사례를 참조해 보험사가 보유계약을 활용할 수 있거나 상품 종류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보험연구원(원장 한기정)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다이몬드홀에서 '제41회 보험 CEO 및 경영인 조찬회'를 열었다. 이날 조재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국의 저금리 정책 대응 및 시사점'에 대해 발표했다.
조재린 연구위원은 저금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보험사의 저금리 대응 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보험사의 예정이율과 운용자산이익율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며 “예정이율이 떨어지면 보험료가 상승하기 때문에 이 상황이 지속되면 보험상품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저금리 상황을 대응하기 위해 금리연동형 상품을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 2001년 금리연동형 상품 비중은 28%에 불과했지만, 2015년 76%를 차지해 대폭 상승했다.
조 연구위원은 오는 2020년 도입 예정인 IFRS4 2단계와 신지급여력제도 도입으로 인해 보험사의 자본확충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과 대만, 독일 등 해외 주요국 보험사들이 겪고 있는 저금리 역마진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소개했다.
세 나라의 보험사는 모두 과거 고금리 저축성 상품 판매로 인해 부채부담이율이 높은 상태다. 여기에 다른 국가보다 금리하락 속도가 빨라 투자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해 금리역마진을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생명보험사 7곳과 손해보험사 2곳이 줄도산하기도 했다.
조 연구위원은 “특히 일본에서는 고금리 확정형 상품의 금리역마진을 막기 위해 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하도록 하는 등 금리 부담을 완화했다”며 “대만의 경우는 생명보험을 연금, 건강, 장기간병보험 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보험사의 역마진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상황을 고려해 IFRS4 2단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우리나라는 오는 2020년 IFRS4 2단계 도입이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의 자본확충을 위해 일반회계와 감독회계를 순차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 연구위원의 대만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대만의 경우도 지난 2001년 RBC1을 도입한 이후 지난해부터 RBC2에 대한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며 “올해 말 기준서가 확정되면 내년 중반 필드테스트를 통한 공개협의 후 2018년 이후 시장의 준비상황을 고려해 경과조치를 도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IFRS4 2단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험사가 상당 규모의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시장혼란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시기와 경과조치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조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이 추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상품 포트폴리오를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더했다. 그는 “보험사들이 현재 시장상황에 맞도록 상품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저금리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주요국들의 계약이전, 계약전환, 계약조건 변경제도 등을 참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금융당국의 하반기 정책방향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됐다. 손주형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올해 하반기에는 작년에 이어 실손의료보험 개혁과 표준약관 개편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연말께 예정된 IFRS4 2단계 기준서가 확정되면 시장혼선을 줄이면서 연착륙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한기정 보험연구원장을 비롯해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김수봉 보험개발원장, 이철영 현대해상 대표이사 사장, 김정남 동부화재 대표이사, 김주윤 흥국생명 대표이사, 김용복 농협생명 대표이사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