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지난주 영국 브렉시트(Britain+Exit)의 투표 결과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 사이 브렉시트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를 여는 등 정부와 기업에서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국 브렉시트 불똥은 전혀 예상밖의 곳으로 튀기도 했다.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이 지난 27일 정부가 주관한 브렉시트 관련 점검 회의에 참석했다가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던 것. 사건(?)은 장 회장이 서울 정부청사 출입증 발급을 위해 '제3자'에게 신분증을 맡겼는데, 그와 정부청사 보안 직원이 실랑이를 벌인 것에서 비롯됐다.
이날 발생한 일에 대해 한 매체는 <특권에 무너진 청사보안..신분증 대리수령 입장>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장남식 회장이 고위 간부직을 빌미로 정부청사 출입에 본인 확인절차 없이 바로 들어간 사실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였다.
확인 결과, 해당 매체가 보도한 대로 장남식 회장이 정부청사에 신분증 대리 수령을 통해 입장한 것과 방문증 발급 과정 중 실랑이가 오갔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장 회장의 수행직원으로 알려졌던 제3자는 금융위 소속 직원이었다. 손보협회 직원과 정부 청사 직원간의 충돌로 보였던 것은 사실 내부직원(공무원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날 일어난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장 회장은 27일 오전 7시5분 서울 정부청사 정문에 도착했다. 오전 7시30분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재한 '브렉시트 관련 금융권역별 대응체계 점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회의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장 회장은 금융위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방문증 발급을 위해 신분증을 건넸다. 금융위 직원은 장 회장 신분증을 들고 정부 청사 후문쪽 안내데스크로 갔고, 장 회장은 정문 로비에서 금융위 직원을 기다렸다.
그런데 "방문증 발급은 본인 확인이 필요하다"는 청사 보안 직원의 요청에 금융위 직원은 장 회장을 데려가지 않고 "손해보험협회장이다"고 답했다. 이 후 청사 직원은 본인 확인 없이 방문증 발급이 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돌리는 등 진땀을 뺐다.
장 회장이 이런 상황을 모른 채 정문에서 기다리던 사이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 등 금융권 수장들이 후문쪽에 도착했고,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아무 문제없이 방문증을 발급받았다. 결국 장 회장은 금융위 직원이 바꿔온 방문증으로 청사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이 '손해보험협회 회장의 특권'으로 보도가 되자 손보협회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애초에 금융위가 브렉시트 관련 주재 회의에 대한 안내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게 협회의 주장. 정부 청사 '정문'으로 오라고 한 금융위가 중간에 '후문'으로 바꾸면서 정보 전달이 되지 않았다는 항변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장 회장님이 오전 7시30분 회의보다 훨씬 전에 도착하셨고, 금융위 직원의 에스코트에 따라 정문에서 기다리느라 상황을 전혀 몰랐다”면서 “당초 후문으로 오라는 공지가 제대로 전달됐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테지만, 직위를 남용했다는 등의 내용은 오해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해프닝이 금융위의 미흡한 준비 때문에 일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정부청사가 출입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방문증 발급의 기본인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안일한 처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언론에서도 보도됐지만, 정부가 공무원 시험 준비생 사건이 터진 이후 정부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며 “최근 이사한 금융위가 정부청사 보안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고, 기존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다가 발생한 해프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서울청사는 출입보안강화를 위해 최근 출입기자단의 상시출입증을 기관별로 색상을 구분해 재발급한다고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