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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의 안주잡설] ‘삶은 달걀’ 맛소금에만 찍어 먹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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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uly 16, 2022, 23:07:23

 

정진영 작가ㅣ달걀. 참으로 흔한 식자재 아닌가? 삶아 먹든, 부쳐 먹든, 지져 먹든, 구워 먹든 기본 이상의 맛을 보여주는데다 영양도 만점이어서 완전식품으로 불리는 달걀. 여기에 가격까지 저렴한 편이니 이만큼 훌륭한 식자재도 드물다. 배기가스 냄새를 독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이 훌륭한 식자재의 단점은 장점과 동일하게 흔하다는 거다. 흔한 식자재는 흔하다는 이유만으로 밥상에서 주연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밥상에 올랐던 달걀의 지위를 떠올려보자.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크게 아쉽지 않은 존재 아니었던가. 달랑 달걀과 김치만 오른 밥상은 왠지 모르게 초라하게 느껴진다. 달걀이 흔한 식자재가 아니었다면 과연 그런 대접을 받았을까? 그랬다면 달걀을 한 개라도 먹은 날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느라 바쁜 날이 됐을 테다.

 

식자재로서는 흔할지 몰라도, 안주로서 달걀은 내게 꽤 특별하다. 내가 달걀을 안주로서 높이 평가하게 된 이유는 20여 년 전 공익근무요원(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시절의 경험 때문이다. 나는 2002년 말부터 2005년 초까지 고향인 대전에 있는 한 정수장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다. 당시 나를 비롯한 여러 공익근무요원에게 주어진 업무는 정문 경비였다. 경비는 A·B·C조 3조로 나뉘어 3교대로 이뤄졌다. 나는 B조에 속해 있었고, B조의 조장은 정년을 앞둔 나이든 청원경찰이었다.

 

조장은 소주를 무척 좋아했다. 업무가 끝나면 조장은 4홉들이 페트병 소주를 조원들과 함께 글라스로 나눠 마셨다. 이때 안주는 늘 삶은 달걀이었다. 조장은 오랜 세월 경험을 통해 터득한 나름대로의 달걀 삶기 매뉴얼을 가지고 있었다. 매뉴얼은 낡은 커피포트에 달걀 5개를 넣고 15분 동안 삶기였다. 물이 끓을 때 김이 새 나오지 않도록 커피포트 주둥이를 작은 스푼으로 막는 일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과정이었다.

 

조장의 매뉴얼은 기가 막혔다. 이 매뉴얼대로 삶으면 실패 없이 반숙 달걀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달걀 맛을 더해주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라면스프였다. 조장은 늘 소금 대신 라면스프로 달걀의 간을 맞췄다. 라면의 종류는 상관없었다. 그저 라면 스프이기만 하면 충분했다. 흘러내리기 직전인 노른자의 농후한 감칠맛과 라면스프의 매콤한 감칠맛이 입안에서 이뤄내는 조화. 신세계였다. 정말 맛있었다. 차가운 소주 한 모금이 혀 위에 남긴 비릿한 쓴맛이 이토록 기분 좋게 사라질 줄은 몰랐다.

 

당시 경험은 지갑이 가볍다 못해 텅텅 비었던 시절의 내게 큰 위로가 됐다.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마친 나는 대학에 복학했고, 그 뒤로 꽤 오래 홀로 자취하는 세월이 이어졌다. 그 시절에 내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주거 형태는 고시원이나 원룸이었다. 창문 없는 고시원에서 버티다가,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돈을 조금 더 주고 창문 있는 고시원으로 이동했고, 약간 여유가 생기면 반지하 원룸으로 살림을 옮기며 살았다.

 

주거비용과 주거환경은 정직하게 비례함을 몸으로 배웠다. 주거비용이 내려갈수록 공간은 좁아지고 단열이 열악해져 겨울엔 추위를, 여름엔 더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나마 고시원이 원룸보다 나은 점은 딱 하나, 식사가 공짜라는 점이었다. 입주자에게 밥과 김치는 물론 라면과 달걀을 공짜로 제공하는 고시원도 많았다. 고시원이 제공하는 모든 음식은 내게 끼니이자 안주거리였다. 그중에서도 달걀은 내게 각별했다.

 

나는 공용 냉장고에 비치된 달걀을 혼자 여러 개를 먹는 게 눈치 보여서 매일 한 개씩 챙겨 내 좁은 방의 작은 냉장고에 넣어뒀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면 냉장고에 달걀 예닐곱 개가 모였다. 달걀이 모이면 나는 가까운 동네 마트에서 소주를 사온 뒤 공용주방에서 달걀을 반숙으로 삶았다. 달걀을 삶는 동안 나는 고시원이 제공하는 라면 한 봉지를 뜯어 스프를 작은 접시에 담고 면을 잘게 부쉈다. 좁은 방안에서 작게 음악을 틀고 창밖을 바라보며 찬 소주 한 잔을 삼킨 뒤, 뜨끈한 달걀 반숙을 라면 스프에 찍어먹으면 울적했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뜻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어 힘들었던 20대 말의 나는 이런 술자리를 홀로 자주 마련하곤 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궁상맞았던 술자리지만, 그런 술자리 덕분에 그 시절을 건널 수 있었다.

 

문득 나 혼자 추억에 젖어 이 가난해 보이는 안주를 특별하게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언젠가 나는 집에서 간식으로 달걀을 삶는 아내에게 슬쩍 라면 스프를 들이밀어 봤다. 이렇게 먹는 건 처음이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아내도 한 번 맛을 보더니 바로 빠져들어 이후에도 종종 이 조합을 즐긴다. 나는 내 입에만 맛있는 안주는 아니었음을 확인하며 안도했다.

 

요즘에는 반숙 달걀을 꽤 사치스러운 방법으로 안주 삼아 먹는다. 양념에 다양한 변화를 주면서 어울리는 조합을 몇 개 찾았다. 노른자에 굴소스를 살짝 뿌려 먹어보자. 이 조합은 덧셈이 아니라 곱셈이다. 입안에서 감칠맛이 몇 배로 폭발한다. 이보다 더한 사치도 있다. 고급 중국음식에 쓰이는 XO장을 노른자에 올려 먹는 거다. 말린 조개 관자와 전복 등 귀한 건해물을 아낌없이 쏟아 부어 농축한 감칠맛과 고추기름의 매운 맛이 노른자와 만나 입안에서 벌이는 티키타카. 이 조합은 덧셈과 곱셈을 넘어 제곱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일품요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기가 막힌 맛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런저런 양념을 찾아 헤매다가도 돌아오는 곳은 늘 라면스프였다. 그렇게 많이 먹었으면 지겨울 만도 한데, 나는 지금도 달걀 반숙에는 라면 스프를 더하는 게 최고의 조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분명히 맛은 굴소스와 XO장을 곁들이는 게 훨씬 더 좋은데도 말이다. 아무래도 내게 있어 달걀에 깊은 맛을 더해주는 양념은 추억인가 보다.

 

■정진영 필자

 

소설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장편소설 '도화촌기행'으로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침묵주의보', '젠가', '다시, 밸런타인데이',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를 썼다. '침묵주의보'는 JTBC 드라마 '허쉬'로 만들어졌으며, '젠가'도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앨범 '오래된 소품'을 냈다.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공저)이 있다. 백호임제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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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itnno1@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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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다음 날 에어컨 단다…쿠팡 배송 이어 설치도 ‘로켓’ 차별화

주문 다음 날 에어컨 단다…쿠팡 배송 이어 설치도 ‘로켓’ 차별화

2025.06.12 07:04:00

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로켓배송'으로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쿠팡이 '로켓설치' 서비스라는 차별화 포인트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2019년 쿠팡이 도입한 로켓설치는 쿠팡을 통해 가전제품이나 가구와 같은 대형 상품을 주문하고 구매자가 원하는 설치 날짜를 정하면 쿠팡이 설치 기사를 배정해 빠르게 설치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오후 2시 이전 주문 시 빠르면 다음 날, 늦어도 이틀 안에 설치가 가능하며 배송 및 설치 비용은 기본적으로 무료입니다. 최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035420]가 자체 쇼핑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공개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업계 1위인 쿠팡의 아성을 위협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 사용자 확보 등의 문제로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 기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출시 한 달 만에 사용자 443만명을 모으며 점유율 11.05%로 8위를 기록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줬습니다. 사용자 점유율에서 쿠팡은 3291만명을 확보하며 82%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해 큰 차이를 보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거래액을 기준으로 하면 격차는 보다 좁혀졌습니다. 지난해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은 총 242조원으로 이 중 쿠팡은 22.7%, 네이버는 20.7%로 각각 추산되며 근소하게 쿠팡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더해 네이버가 편의점 퀵커머스, 컬리와의 제휴 등으로 식품 배송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당장은 아니어도 장기적으로는 쿠팡과 나란히 경쟁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 쿠팡의 로켓설치 서비스가 경쟁사와의 차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여름과 같이 에어컨의 수요가 높아져 설치가 어려운 시기에도 1~2일 만에 에어컨 설치가 바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메리트를 가진 서비스라는 평가입니다. 실제로 서울 시내 삼성전자스토어, LG베스트샵 등 주요 가전 판매점에 문의해 본 결과 가장 빨리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의 경우도 빠르면 일주일, 늦으면 3주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쿠팡이 이처럼 빠르게 가전 설치가 가능한 데에는 로켓배송을 통해 집약해 온 노하우 덕분으로 보입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로켓배송을 위해 자체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상품을 직매입해 빠른 배송 시스템을 구비할 수 있었다"라며 "로켓설치도 마찬가지로 에어컨과 같은 가전제품을 직매입해 주문을 받기에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배송 준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로켓배송으로 쌓은 데이터가 여름과 같은 성수기에 들여올 매입량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입고시켜 물량 부족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설치 문의가 증가하는 여름에는 배송뿐 아니라 설치 인력 확보도 중요합니다. 쿠팡은 '로켓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는 자체 전문 설치기사를 배정해 설치를 진행합니다. 한 설치업 종사자는 "쿠팡은 성수기에 외부 전문기사들도 추가적으로 투입해 설치 일정에 최대한 차질이 없도록 준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량에 대한 선제적 입고를 진행하듯 외부에서의 설치 인력 확보도 선제적으로 준비한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로켓설치에 대한 이용 평가도 호평이 다수 입니다. 최근 로켓설치로 에어컨을 설치한 한 이용자는 "갑자기 더워져 에어컨 설치가 급한 상황이었는데 하루 만에 에어컨 구매부터 설치까지 끝나 편리했다"라고 전했습니다. 로켓설치에 입점해 있는 한 에어컨 대리점 관계자는 "거의 대부분의 설치가 일정에 어긋나지 않고 진행된다"며 "여름과 같은 성수기에 특히 찾는 고객들이 많아지는 편"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쿠팡은 로켓설치를 통해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가구뿐 아니라 러닝머신, 실내자전거와 같은 대형 스포츠기구부터 타이어까지 설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로켓설치 서비스의 범용성을 넓혀나가 배송뿐 아니라 설치 영역에서도 쿠팡이 독자적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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