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코카콜라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료입니다. 200여 국가에서 매일 20억잔씩, 초당 2만잔이 넘게 팔립니다. 200개가 넘는 자체 브랜드, 전 세계 70만명의 직원과 3000만개의 소매판매점을 가진 세계 최대의 다국적 음료 기업입니다.
동시에 최다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기업이기도 합니다. 코카콜라는 매년 1000억개 이상의 페트병을 생산해냅니다. 최근 기업의 친환경 노력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잣대로 부상하면서 ‘오염 기업’이라는 악명을 떨치기 위한 코카콜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22일 미국 환경단체 BFFP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지난해 4년 연속 ‘세계 최고의 플라스틱 오염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BFFP(Break Free From Plastic)는 2016년 만들어진 국제 환경단체로, 매년 전 세계 해변 등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거하고 문서화하는 활동을 통해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45개국에서 1만10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는데, 이들이 33만493개의 플라스틱 조각을 수집한 결과 코카콜라 제품이 약 2만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2위 팹시와 3위 유니리버 플라스틱 쓰레기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양입니다.
앞서 같은 해 6월 공개한 ‘가장 나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기업 10’(국가 수 기준)에서도 코카콜라는 51개국에서 1만3834개의 폐플라스틱이 발견돼 1위를 기록했습니다. 마찬가지로 2위 팹시(43개국·5155개), 3위 네슬레(37개국·8633개)의 버려진 플라스틱 숫자보다 더 많은 쓰레기를 배출했습니다.
특히 아시아와 남미, 중동 국가에서 버려지는 쓰레기가 많았습니다. 2020년 국제개발자선단체 ‘티어펀드’에 따르면 브라질·중국 등 6개 개발도상국에서 매년 20만톤의 코카콜라 플라스틱 쓰레기(약 80억병 해당)가 버려지거나 태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코카콜라는 페트병 사용 의지를 굽히지 않아 비판을 받았습니다. 2020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비아 페레즈 코카콜라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그 이유로 “페트병은 개폐가 편리하고 가벼워 소비자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개선 방안을 요구했습니다.
물론 코카콜라가 환경 오염에 마냥 손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모든 음료 패키지를 수거 및 재활용하고, 전체 포장재의 50%를 재사용 소재로 대체한다는 ‘WWW(World Without Waste)’ 선언을 했습니다. 이에 2025년까지 모든 음료 패키지를 재활용 소재로 교체할 계획입니다.
사실 코카콜라는 지난해 종이병 음료를 선보이며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탄산음료 코카콜라가 아닌, 과일음료 ‘아데즈’ 시제품을 헝가리에 한정 판매하는 데 그쳤습니다. 종이병 코카콜라도 개발하고 있으나 재질의 한계, 막대한 비용 등의 이유로 상용화까지는 난항이 예상됩니다.
미코 알리노 BFFP 코디네이터는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코카콜라의 2030 목표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재사용 가능한 포장을 확대하겠다는 발표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라고 보지만 코카콜라가 과거 플라스틱 쓰레기 감소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에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코카콜라의 지침에 따라 국내에서도 다양한 친환경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원더플 캠페인’은 그 중 하나로, 올바른 페트병 분리배출을 통해 재활용 과정을 소비자가 체험할 수 있게 했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시즌1), 이마트(시즌2) 등과 협업했으며 올해 블랙야크와 시즌3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울러 라벨을 제거한 ‘라벨프리’ 제품군도 넓혀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 환경부와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확대 협약’을 체결한 뒤, 국내 탄산음료 최초로 무라벨 제품인 ‘씨그램 라벨프리’를 내놨습니다. 생수 브랜드 ‘강원평창수’와 ‘휘오 순수’에 이어 8월에는 ‘토레타! 라벨프리’까지 차례로 출시했습니다.
특히 ‘코카콜라 컨투어 라벨 프리’를 세계 최초로 한국에 선보인 게 큰 의의를 지닌다는 설명입니다. 코카콜라는 1915년 아사 캔들러 CEO가 “어두운 곳에서 만져도, 깨진 병 조각만 보고도 코카콜라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 만큼 독창성이 확고한 브랜드라 변화를 주기 어려운 가운데 성과를 냈다는 겁니다.
한국코카콜라 관계자는 “한국은 글로벌 본사에서 느끼기에도 소비자들이 환경에 관심을 많다고 여기는 국가 중 하나”라며 “친환경 트렌드가 확산하는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해 페트병에서는 처음으로 컨투어를 적용해 한국에서 선보였고 이후 다른 국가에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