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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칼럼

[박희아의 콘텐츠K] ‘오징어 게임’이 증명한 돈 버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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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02, 2021, 10:10:26

한국 드라마 첫 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 1위 <오징어 게임>
자본주의 사회 내 돈이 지닌 정서의 보편성 겨냥
콘텐츠의 보편성, 넷플릭스 성장의 핵심 동력

 

박희아 대중문화전문기자ㅣ“그때도 꼭 지금처럼 교대로 불침번을 서가며 동료들과 공장을 지켰어요. 언제 경찰들이 쳐들어오나 벌벌 떨면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인 기훈(이정재 분)이 자신과 함께 게임에 참가한 일남(오영수 분)에게 한 말이다. 두 사람은 거대한 돼지 저금통에 하루하루 넘치게 쌓여가는 돈다발 아래에서, 우리 편이 아닌 다른 편의 사람들과 선을 긋고 자신들의 목숨을 지키려 고군분투한다.   

 

이 장면에서 기훈과 일남이 불침번을 선 이유가 자신들 때문인지 자신 때문인지 그 경계는 일견 모호해 보인다. 기훈이 털어놓는 자신의 과거는 그가 철없고 능력 없는 아버지이자 아들이 된 이유를 변명하지만, 여기까지 따지기에 시청자들이 마주한 이들의 모습은 너무 절박해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주인공들은 함께 팀을 이뤄 밤새 서로의 목숨을 지켜주고, 내일도 이어질 게임에서 서로를 응원하기 위해, 또 힘을 모아 앞으로의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만든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시청 1위 올라

 

그러나 <오징어 게임>을 보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겉보기에는 극도로 절박한 상황에서 인간들이 오히려 이타심을 발휘하는 휴머니스트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여도 이 이야기의 본질은 휴머니즘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돼지 저금통, 즉 극단적인 자본주의의 상징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한 번쯤 꿈꿔봤을 한탕주의, 좀 더 자세히는 한탕주의를 꿈꾸게 만드는 불평등한 세상에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자본주의의 원리에 대해 얘기할 때 지겹게도 소환되는 애덤 스미스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한 번 더 자신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주장한 ‘보이지 않는 손’은 돈의 흐름을 만들어내지만 궁극적으로 그 흐름을 타고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결과적으로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가 나뉘며 사회의 분열을 초래한다. 

 

갖지 못한 자들 중 누군가는 가진 자를 증오하고, 가진 자를 동경하게 된다. <오징어 게임>에서 이런 흐름에 가장 악독한 태도로 몸을 맡긴 사람은 상우(박해수 분)다. 작가는 상우를 통해 가진 자를 동경했던 이가 가진 자가 된 뒤, 모든 것을 잃고 목숨까지 걸어가며 다시 그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열망에 휩싸인 인물을 그린다. 그가 고작 구슬 열 개를 걸고 사기를 치는 모습에서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 대한 허무를 발견할 수 있는 까닭이다.     

 

 

돈. 돈은 일국 안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수단으로 쓰이거나 은행의 환율 그래프에서 사용될 때나 화폐라는 재화로 쓰인다, 하지만 지금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통해 연결된 사람들에게 돈이란 재화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정서다. 가족에 대한, 친우에 관한, 여기에 장유유서라 얘기하는 유교적 개념이 포함된 한국 특유의 정서가 가장 진하게 우러난 6화에 대한 서구권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국경과 인종 넘은 '돈'에 대한 정서적 보편성

 

돈은 이 관계를 모두 휘두를 수 있는 기민하고 열정적이며 반면에 불길하기도 한 성질을 모두 표출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가장 서정성이 부각된 6화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거나 무겁게 만드는,마음껏 주무르는 존재가 된다. 스릴러 장르물이 지녀야 할 잔혹한 설정, 이 설정을 구체화해줄 세트의 정교함,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등과는 별개로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끈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돈’이라는 존재가 지닌 정서의 보편성 때문이다.      

 

분명 지금 <오징어 게임>은 분명 전 세계 넷플릭스 이용자들에게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콘텐츠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인기 순위 1위에 올랐고, 넷플릭스에 공급된 한국 콘텐츠 중 역대 최고의 흥행 성적을 올렸다.

 

그럼에도 정작 한국에서는 “생각보다 재미없다” 혹은 “재미있기는 한데 이 정도로 흥행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평이 나오고, 오히려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D.P>에 “군대에서 있을 법한 일이라 재밌게 봤다”며 좋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기형적인 군대 문화를 다룬 <D.P>의 정서를 해외에서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10대 청소년들이 달고나 만들기에 열광하며 플라스틱 국자에 설탕을 녹이고 있는 지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의 한국인 사용자들에게 얼마만큼 호응을 얻고 있는지, 어떤 평을 듣고 있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넷플릭스, 보편성 담보로 콘텐츠 플랫폼 경쟁 우위 전략

 

중요한 것은 그저 달고나를 만들어 보겠다고 스테인리스 국자가 아닌 플라스틱 국자에 무턱대고 설탕을 녹인 외국인들의 모습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게임 암호로 설정해놓고 즐거워하는 그들의 모습이야말로 <오징어 게임>에 대한 수많은 대중의 평가 그 자체다.

 

이제 넷플릭스는 어떤 국가가 만든 콘텐츠에 담긴 보편적 성질을 전 세계를 상대로 실험하는 거대한 플랫폼이 되었다. 동시에 유튜브보다 더 질 높은 콘텐츠로, 심지어 더 빠른 속도로 흥미로운 리액션을 양산해 내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 말인즉슨,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를 통해 얻은 이득보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을 통해 얻은 이득이 훨씬 더 크다는 뜻이다. 자, 우리는 <오징어 게임>의 흥행을 통해 또 한 번의 커다란 변화를 마주하게 되었다. 당신은 이제 어떤 플랫폼에 돈을 쓸 것인가? 아니다. 그전에,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 물어야겠다.

 

■박희아 필자 

웹진 IZE에서 취재팀장을 맡았다. 대중문화 전문 저널리스트로 한국의 아이돌, 케이팝 산업과 관련해 '아이돌 메이커'(2017, 미디어샘), '아이돌의 작업실'(2018, 위즈덤하우스),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2020, 우주북스) 등의 책을 냈으며 네이버 VIBE에서 <박희아 기자의 대중문화 과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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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itnno1@inthenews.co.kr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 공개…‘쪼개기상장’ 시장에 설명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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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2 16:14:17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기업가치 제고계획' 수립 원칙과 세부 작성법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습니다. 밸류업 당사자로 새로운 형태의 공시라는 숙제를 받아든 상장기업에 길라잡이를 제시해 이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고 적극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을 독려하기 위한 조처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기업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배구조'를 한국증시 주요 저평가 요인중 하나로 지목하고 개선방안 공시를 권고하면서 일선 기업들의 수용성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위원회는 2일 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세미나를 열고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기업가치 제고계획 흐름도를 '기업개요-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평가-소통'으로 구성했습니다. 먼저 '기업개요'에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이 그 자체로 기업에 대한 완결성 있는 보고서로 기능할 수 있도록 업종, 주요 제품·서비스, 연혁, 재무상태 등 기본적인 정보를 기재합니다. '현황진단'은 기업의 사업현황에 대해 시장환경·경쟁우위요소·리스크 등을 입체적으로 진단하고 다양한 재무·비재무 지표 중 중장기적인 가치제고 목적에 부합하는 핵심지표를 선정·분석하는 단계입니다. 주요 재무지표는 ▲PBR(주가순자산비율), PER(주가이익비율) 등 시장평가 ▲ROE(자기자본이익률), ROIC(투하자본이익률), COE(주주자본비용), WACC(가중평균자본비용) 등 자본효율성 ▲배당(금액·성향·수익률), 자사주(보유분·신규취득·소각내역), TSR(총주주수익률) 등 주주환원 ▲매출액·영업이익·자산 증가율 등 성장성 ▲자산 포트폴리오(영업·비영업자산), FCF(잉여현금흐름), 부채비율 등 기타로 분류해 다각적인 지표를 예로 제시했습니다. 비재무지표는 지배구조 관련 일반주주 권익제고, 이사회 책임성, 감사 독립성을 위한 여러 요소를 기존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항목 및 기관투자자 등 시장참여자가 주목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합니다. 가령 상장기업이 성장성 높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분할자회사를 상장하는 모자회사 중복상장 이슈가 있다면 기업은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을 보호·증진하는 계획을 설명하거나 물적분할 후 분할자회사를 비상장 완전자회사로 유지하는 계획을 밝히는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은 핵심사업부를 자회사로 쪼개 신규상장하면서 모회사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훼손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또 다른 예로 상장기업 지배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의 비상장 개인회사 보유 이슈가 있는 경우 상장기업과 비상장 개인회사간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정확한 사실관계와 향후 계획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통한 감사 독립성 강화도 좋은 예시로 기업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밝힐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목표설정'에서는 일시적·임시방편적 개선이 아닌 중장기 목표를 제시합니다. 중장기적 사업전략없이 단기적인 주가부양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기업가치 제고계획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가이드라인은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계량화된 수치로 명료하게 제시하는 것이 권장되지만 정성적인 서술 또는 구간제시 등 다양한 방법의 목표설정도 가능합니다. '계획수립'에서 기업은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하며 사업부문별 투자, R&D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배당 등 주주환원, 비효율적인 자산처분 등 다양한 사업전략적·재무적 계획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업은 연 1회 공시 사이에 어떤 노력을 이행했는지 잘된 점과 보완 필요사항을 기재(이행평가)하고 주주·시장참여자 의견이 경영에 반영될 수 있는 공식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해 쌍방향 '소통'을 확대합니다. 상장사 이사회는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적절히 수립·이행하는지 감독하고 필요하다면 이사회 보고, 심의 또는 의결을 거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금융위는 강조합니다. 공시는 연 1회 등 주기적 공시와 외국인투자자를 위한 영문공시 병행이 권장되며 예고공시도 가능합니다. 이번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해설서 제정안은 최종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중으로 확정·발표될 예정입니다. 이후 준비가 되는 기업부터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을 통해 공시를 시작합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기업 밸류업은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며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와 유관기관은 밸류업 세제 지원방안 마련·발표,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우수기업 표창 등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며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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