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로라예요!" KBS 이지애 아나운서의 개인기는 외화 더빙 성우들의 느끼한 목소리 따라하기다. 그는 <해피 투게더> 등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주 이 장기로 웃음을 선사했다.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김범수 전 SBS 아나운서도 파일럿의 기내 안내 방송을 완벽히 흉내를 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전 MBC 아나운서 문지애 씨는 준비생 시절, 가수 아유미의 독특한 발음을 똑같이 따라하며 "요새 들어 잘 나가는 나 같은 여자, 엉덩이가 작고 예쁜 나 같은 여자!" 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또 안경을 쓴 부드러운 인상이 탤런트 박신양 씨와 흡사한 조우종 아나운서는 KBS 최종면접을 위해 박신양 성대모사를 정말 열심히 익혔다고 한다. 당시는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인기절정일 무렵! KBS 사장님을 비롯한 면접관들이 매우 즐거워했고 결국 최종합격에 이를 수 있었다고.
방송인을 희망한다면 제대로 된 개인기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실제로 서울 3사 아나운서 시험에서 "장기자랑 할 수 있는 사람 있으면 해보라."라는 주문이 나오기도 한다. 뭐라도 자신 있게 할 줄 아는 사람은 주목받고, 나머지는 뒷배경으로 조용히 서 있다가 퇴장하기 십상이다. 지금은 SBS의 간판 아나운서로인 박선영 아나운서 역시 이때 손을 번쩍 들고는 "쇼 곱하기 쇼는 쇼! 쇼 곱하기 쇼 곱하기 쇼는 쇼!"라는 CM송을 부르며 깜찍한 율동을 선보였다. 입사 전 우아하게 프로 모델로 활동했던 SBS 유혜영 아나운서는 면접장에서 치아에 김을 붙이고 춤을 추며 ‘미친(?) 연기’까지 했다.
서울 3사, 지역 방송국, 종편 채널 할 것 없이 화기애애한 면접 분위기 조성용으로 장기자랑만한 것이 없다. 일단 웃음이 터지고 나면 이후의 분위기는 지원자에게 한층 우호적인 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기 연주나 마술 시연 등은 금물이다. 면접과 함께 이뤄지는 원고 리딩 테스트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아무 준비물 없이도 바로 보여줄 수 있는 장기가 좋다. 특히 아나운서 업무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목소리 연기나 성대모사 등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고, 끼를 어필할 수 있는 비트 박스, 정통 연기, 뮤지컬이나 영화 속 영어 대사 재연, 민요 부르기 등도 효과가 좋은 편이다.
나 또한 준비생 시절, 특별히 개인지도까지 받아가며 개인기를 준비했다. 동네 에어로빅 학원을 찾아가 인기 여가수들의 안무를 섞어 가장 화려하게 보여줄 수 있는 30초 분량의 방송 댄스를 짜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한 달 간을 무한반복하며 완벽히 연습했다. 또 성우 학원도 방문해 실력 좋은 성우 지망생을 소개받아 3번의 목소리 연기 과외를 받았다. 전문 성우의 레슨비는 매우 비싸지만 지망생에게는 단 몇 만원으로도 수준급의 목소리 연기를 알차게 배울 수 있다. 그렇게 익힌 만화 주인공의 대사 한 토막과 섹시 콘셉트의 통화 연결음을 선보일 때마다 백발백중 심사위원들의 웃음보가 터지곤 했다. 또 일단 웃음이 나온 면접에서는 최종 결과 또한 매우 좋았다. 아나운서 준비생들 사이에는 ‘시험장에서 세 번 웃음소리가 들리면 무조건 합격’이라는 말도 있다.
이처럼 뾰족한 개인기가 없다면 노력으로 만들면 된다. 가만히 앉아 고민만 하지 말고 도움받을 곳부터 찾아보자. 에어로빅 학원, 성우학원, 홍대의 비트박스 달인, 민요 전수 기관, 대학로의 무명 연극배우 등 어디든 찾아가 적극적으로 가르침을 청하면 된다. 이것이 부담스럽다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의 수많은 개인기를 유심히 관찰해 반복하며 따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나운서 지망생들보다도 훨씬 더 개인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항상 다른 사람들을 연구하는 이들이 바로 연예인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