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와 각종 뉴스에는 맛집 정보가 넘쳐 납니다. 보고 찾아가면 좋은 맛집도 있지만, 실망을 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담백한 식당평’은 없는 걸까요. 꼭 맛집은 아니더라도 마음 편하게 식사할만한 동네 식당이 있지 않을까요. 인더뉴스 라이프&스타일팀이 새로운 코너 <아내와 외식하기>를 선보입니다. 제값 주고 사먹은 음식에 대한 진짜 정보들입니다. 아내도 좋고, 애인도 좋고, 친구들도 좋습니다. 함께 가볼만한 맛집을 소개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인더뉴스 라이프&스타일팀] 결혼 전에는 부리나케 다녔다. 이영돈 PD가 선정했다는 착한식당 중 한 곳을 찾아보기도 하고, 맛집이라는 곳에서 1시간 가까이 기다려 밥을 먹기도 했다. 결혼을 앞두고는 조선호텔의 <스시조>에 예약해 멋드러진 사랑 고백을 했었다.
그런데 결혼 후 몇 달, 아내에게 너무 소홀했던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임신한 아내와 뭐 먹으러 갈만한 곳이 어디 있을까. 이번 주부터 연재되는 <아내와 외식하기>는 이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아내와의 데이트는 결혼 전 여자 친구 신분이었을 때의 데이트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우선, 어지간한 맛집이 아니라면 기다림이 없어야 한다. 예약이 가능하거나, 아니면 좌석이 한가해야 한다. 자리가 여유 있다면 12시에 먹을 것을 1시나, 2시에 먹는다고 해도 문제 없다. 근처 찻집에서 차 한 잔 하면서 기다려도 되는 것이 부부의 여유 아닐까 싶다. 맛도 중요하지만, 화장실 같은 시설도 중요하다. 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으면 아내가 불편하다.
임신을 한 아내는 담배 냄새가 나거나,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술집 등은 갈 수 없다. 또한 임신 초기로 입덧이 심한 아내는 입맛이 시시각각 변한다. 뭔가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30분 안에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최근 몇 주 동안, 뭘 먹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많은 예비 아버지들은 나와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주말이 두려울 때도 많다.(웃음) 게다가 나는 어제 밖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온 뒤, 피곤하다면서 계속 잠을 잤다. 점수 만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내는 슬로우 가든(성북동점)에 가고 싶다고 했다. 위치를 잘 모르고, 이름도 못 외웠다. 하지만 외웠던 것이 있다. ‘쌍다리 앞’이라고 말하니 택시기사님이 잘 찾았다. 쌍다리기사식당은 성북동의 유명한 기사식당으로, 돼지불백이 일품인 곳. 나 역시 전에 가서 맛봤다. 다음에 소개하도록 한다.
슬로우 가든에는 지점이 여러 곳 있다. 하지만 아내는 성북동점을 좋아한다. 블로그 리뷰를 보니 삼청동점은 사람이 좀 많고, 성북동점이 약간은 한산하면서도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어서라고 한다. 실제로 일요일 정오쯤에 방문했지만, 약간은 한산한 느낌이 들었다.
약간은 앤티크 느낌이 나는 식탁과 의자. 목재의 느낌이 나는 인테리어. 유럽의 어느 도시를 생각하면서 커피 한 잔에 브런치를 하는 느낌을 내고 싶겠지만, 사람이 많은 ‘닭장’이라면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는 여유 있게 브런치를 즐기기에 참 좋은 곳이다.
하지만 가끔씩 시끄러운 어린이들이 있을 때에는 살짝 ‘에러’가 될 수 있다. 발렛파킹이 되고, 좌석에 다소 여유가 있다 보니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어린이를 잘 챙기면 좋겠지만, 일부 부모는 아이가 떠들어도 한 마디도 안 한다. 다행히 내 옆자리에서 마구 소리를 지르던 7세 추정 어린이는 20분 만에 다 먹고 나갔다.(만세!)
프렌치 토스트 세트 하나와, 꽃등심 세트 하나, 오늘의 스프(양송이)를 시켰다. 3만5000원이 나왔다. 아내는 서양식으로 외식을 하면 스프 한 그릇을 먹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양이 적어 반 정도 밖에 못 먹는다. 대개 한 그릇 시켜서 함께 먹는다. 나 역시 브런치를 시킬까 했으나, 왠지 고기가 땡겨서 꽃등심 세트를 시켰다. 허나 꽃등심 역시 브런치의 일부였다.(ㅋㅋㅋ)
맛은 좋았다. 나는 아메리카노와 함께 빵을 즐기고 고기를 먹었고, 아내는 핫초코와 스프, 빵을 즐겼다. 아내는 ‘세트 메뉴에 나오는 커피를 덜 달게 만든 핫초코로 변경해 달라’는 주문을 넣었으나, 서버가 잘 받아줬다. 2000원을 추가했다.
데이트 이어가기
슬로우 가든의 세트메뉴는 커피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음료를 다른 것으로 바꿔서 식사를 즐기고, 음료는 인근에 있는 카페나 빵집 등에서 즐기는 것도 좋다. 슬로우 가든에서 한성대입구역 방향으로 걸어 가다보면, 20분 남짓한 데이트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주변에 미술관을 들릴 수도 있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나는 나폴레옹 과자점에서 빵 몇 개 먹으면서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나폴레옹 과자점에는 꽤 맛있는 수제 빵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옛날 식빵’이 좋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정말 ‘옛날’ 맛을 잘 구현했다. 아내는 생크림이 담긴 슈를 좋아한다. 무방부제 생크림을 표방한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튀김소보로도 꽤 맛있다.
나폴레옹 과자점에 가는 길에 있는 떡집도 좋다. 반지하와 2층 등 2개층을 사용하는 떡집 카페인데, 빙수 등 모든 메뉴가 맛이 있다. 이름은 아쉽게도 까먹었다. 원래는 아내와 대림미술관으로 가서 전시를 보고 싶었지만, 피곤하다고 해서 얼른 귀가했다.
임신한 아내는 입맛뿐만 아니라 체력상태도 잘 변한다.
*슬로우 가든 성북동점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동 107-1
전화: 02-762-7187
*나폴레옹 과자점 성북동점
주소: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7
전화: 02-742-7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