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입문을 위한 지상 특강. 국내 유일, 국내 최다 12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언론고시카페-아랑>의 운영진의 협조를 받아 <인더뉴스>의 청춘 독자들께 촌철살인 언론사 취업팁을 전합니다. [편집자주]
[아랑카페 운영자] 지난번에 이어 언론고시 재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한다.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4글자로 시작할 수 있다. ‘본. 전. 생. 각.’ 회사 한 곳에 합격했는데, 더 좋은 곳에 합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사를 주저하거나, 입사 후 퇴사를 결심하는 것이다.
많은 언론고시생들은 지금도 본전생각 때문에 입사를 주저한다. 나 역시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근무를 하다가 그만두고, 1년간 시험을 다시 준비해 지금의 회사에 입사한 경력을 갖고 있다. 수험생들의 눈에는 잘 된 케이스만 보인다. “저 형은 이 회사 다니다가 그만두고 지상파 갔다”, “저 형은 사표 쓰고 몇 달 만에 모 신문에 갔다”는 등의 이야기만 회자된다.
어두운 면은 절대 알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알아둬야 한다. 필자의 지인은 비슷한 예였다. 20대였던 언론고시 준비 초기, 그는 꽤 주목받는 지망생이었다. 수려한 외모에 당찬 스피치 능력은 다른 언론고시생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실력을 인정받아 몇몇 경제방송에 합격을 했고, 또 근무를 했다.
지나친 지상파 집착증이 문제였다. 물론 언론고시생이라면 많이들 지상파 방송 입사를 꿈꾼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KBS, MBC, SBS 정도라고 생각했다. 결국 다니던 회사를 몇 달 만에 그만두고, 다시 언론고시를 시작했다. 자신의 문제점이 학벌에서 온다고 생각하고는, 대학원에도 갔다.
그리고는 3년이 지났다. 어떻게 됐을까. 고군분투 끝에, 그는 한 방송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3년 전 다니던 회사와 큰 차이는 없는 곳이다. 3년 전 자신이 다니고 있던 회사에 있던 후배는 2011년 종편들의 개국과 동시에 한 종편으로 이직해 꽤 많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2011~12년 개국과 확장을 거듭해온 종편들은 언론계 이직의 큰 시장이었다. 종편의 등장과 함께 관련 채널들의 채용도 두드러졌을 정도였다. 일부 기자들은 종편에서 근무를 하다가 지상파로 다시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자만은 여전했다. 그는 “나는 지상파에 가야할 수준의 사람이야”라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러면서, 지상파에는 자리가 없는 것 같으니, 종편이나 종합일간지에 경력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잦은 퇴사와 이직으로 경력의 합이 채 몇 년 되지 않으면서 말이다. 경력기자로 옮기려면 적어도 한 곳에서 3년은 근무를 해야 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입사하는 회사의 전략적 판단, 또는 지원자의 특출난 능력이라면 2년 미만에도 경력이 가능하다. 나 역시 만 1년, 만 1년 6개월을 하고 경력으로 옮긴 기자들을 보았다. 허나 그 사례가 자신이 될 수 있을지는 정작한 반성이 필요하다.
빙빙 돌려 이야기 한 것 같지만, 판단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내가 지상파 갈 정도의 인재인가? 특정 신문에 반드시 합격할 수 있는 정도의 글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가? 본인은 그렇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자신이 쓴 논술이나 작문, 기사 습작 등을 지도 선생님에게 보여준다면 답은 의외로 쉽게 나올지도 모른다. 잘 쓴 글에 대해서는 평가가 모두 다르겠지만, 못 쓴 글을 분별해 내는 것은 국어 선생님, 현직기자, 멘토들의 판단이 일치한다.
모 대학의 논술 채점을 했을 때 그랬다. 지상파 방송 고참 PD와 같이 채점을 했는데, 정말 못 쓴 학생들에 대한 점수는 많이 비슷했다. 아주 잘 쓴 학생 3명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일면식 없는 젊은 기자 멘토와 고참 PD의 평가가 이럴 진데, 언론고시생에 대한 평가는 어떠할까.
특출나지 않는다 싶으면, 경력으로 옮길 생각을 하고 꾸준히 현업에서 노력을 하는 것이 낫다. 타사 선배들과 꾸준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출입처에서 근성있는 젊은이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현명하다. “어디 공채 뜨냐”면서 기웃거릴 시간에 말이다. 물론 논술·작문이나 기사 작성 실력이 좋아 당장이라도 합격이 될 것 같은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사표를 쓰는 게 빠르다. 하지만 본인이 전자인지 후자인지는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