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제해영 기자ㅣ부산대학교는 의과대학 융합의과학과 송치홍 교수 국제공동연구팀이 -80℃로 냉각한 구리 블록과 일반 동결건조기를 이용해 미생물의 실제 모습에 가까운 미세구조를 보존하는 전자현미경 시료 제작법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습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방법은 순수한 물에 있는 시료를 -80℃ 구리 블록에 접촉시켜 빠르게 얼린 뒤 그대로 동결건조하는 ‘물 동결건조법’입니다. 영문 명칭은 Water Freeze-Drying이며 WFD로 줄여 부릅니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생물 시료를 관찰하려면 내부 수분을 제거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존 시료 제작법은 알코올 등 유기용매로 탈수하는 과정에서 세포가 수축하거나 변형돼 실제 구조와 다른 모습으로 관찰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 유기용매 탈수 과정을 생략했습니다. 대신 시료를 차가운 구리 블록에 부드럽게 접촉시켜 급속 동결한 뒤 얼어 있는 물을 직접 승화시키는 방식을 적용해 화학적·물리적 손상을 줄였습니다.
이 과정은 전용 급속동결 시스템이나 고가의 고압동결장비 없이 일반 실험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건조에는 약 2~3시간이 걸리며 유기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실험 절차도 비교적 단순하고 안전합니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세균인 대장균에 WFD법을 적용한 뒤 기존 t-부틸알코올 동결건조법과 결과를 비교했습니다. 기존 방식에서는 세균층의 균열과 수축이 나타났고 대부분의 대장균 끝부분이 둥글게 관찰됐습니다.
반면 WFD법으로 처리한 시료에서는 전체 수축이 크게 줄었고 끝부분이 평평하거나 잘린 듯한 형태를 포함해 여러 형태의 대장균이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은 기존 탈수 과정에서 가려졌던 세균의 형태적 상태가 새로운 방식에서는 더 잘 보존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연구팀은 작은 자극에도 몸 전체가 빠르게 수축하는 원생생물 스피로스토뭄 암비구움에도 이 방법을 적용했습니다. 화학고정 없이 관찰한 결과 기존 고압동결법에서는 세포가 크게 수축했지만 WFD법에서는 길게 펼쳐진 자연스러운 형태와 표면 섬모 구조가 유지됐습니다.
연구자료에 제시된 제작 과정은 시료를 순수한 물 상태로 준비한 뒤 냉각된 구리 블록에서 얼리고 일반 동결건조기로 옮기는 순서로 구성됩니다. 함께 공개된 전자현미경 사진에서도 WFD 처리 대장균의 다양한 끝부분 형태와 미세한 표면 구조가 확인됩니다.
이번 방법은 미생물 시료를 관찰하기 위한 전처리 과정 자체가 원래 형태를 왜곡하는 문제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둡니다. 고가 장비의 접근성이 낮은 연구실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고해상도 주사전자현미경 연구의 실험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습니다.
연구팀은 향후 항균제가 세포 표면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거나 항균제 작용기전을 규명하는 연구에 WFD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균 세포벽 분석과 바이오필름 구조 연구 등 미생물의 형태 보존이 중요한 분야에도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송치홍 부산대 의과대학 융합의과학과 교수는 “전자현미경 관찰 과정에서 시료를 처리하는 과정 자체가 생물의 원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오랫동안 중요한 문제였다”며 “이번 연구는 -80℃로 냉각한 금속 블록과 일반 동결건조기만으로도 미생물의 실제 모습에 보다 가까운 구조를 보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 교수는 이어 “기존 방법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대장균의 다양한 형태까지 확인할 수 있어 앞으로 항균제 작용기전, 세균 세포벽, 바이오필름 등 다양한 미생물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국제공동연구에는 교신저자인 송치홍 부산대 교수를 비롯해 일본 슈지쓰대 야마다 요이치 교수와 오가와 와카노 교수, 고베대 스자키 토시노부 교수, 시마네대 이시다 히데키 교수, 생리학연구소 무라타 카즈요시 교수가 참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립과학아카데미에서는 류드밀라 가포노바 박사와 안드리 콜로시우크 박사 연구팀이 참여했습니다. 부산대 연구진과 일본·우크라이나 연구진이 함께 일반 실험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고해상도 주사전자현미경 시료 제작법의 성능을 검증했습니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마이크로바이올러지’ 8월 18일자에 게재됐습니다. 논문 제목은 ‘Water Freeze-Drying for High-Resolution SEM: An Accessible Strategy for Capturing Native Microorganism Morphology Without Dedicated Rapid-Freezing Systems’입니다.
논문은 전용 급속동결 장비 없이 미생물의 원형을 보존하는 WFD법의 접근성과 고해상도 주사전자현미경 적용 가능성을 다뤘습니다. 연구팀은 장비 비용과 시료 변형 문제를 함께 줄이는 방법으로 후속 미생물 연구에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