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이례적인 폭염이 유럽을 덮치며 현지 가전 시장의 풍경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에 선풍기와 에어컨 등 냉방 가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국내 가전업체도 수혜를 입고 있습니다.
유럽중기예보센터가 운영하는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올 6월 서유럽 평균기온은 섭씨 20.74도로, 1991~2020년 평균보다 3.06도 높았습니다. 관측 자료가 집계된 이후 가장 더운 6월입니다.
유럽 전체의 6월 평균기온도 섭씨 19.14도로 평년보다 1.78도 높아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베네룩스 지역에서는 월평균 기온이 평년을 3~5도 웃돌았습니다.
여기에 지난 8일에는 스페인에서 섭씨 40.5도까지 기온이 오르며 100년이 넘는 관측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세계기상기구는 유럽의 기온 상승 속도가 세계 평균보다 빠른 데다 엘니뇨 현상이 강화되면서 향후 폭염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전까지 유럽은 '에어컨 불모지'로 불리던 시장이었습니다. 에어컨을 가동할 만큼 기온이 높거나 습하지 않은 데다 오래된 건축물이 많아 외관을 훼손할 수 있어 에어컨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에어컨 등 냉방 가전의 에너지 소비가 심하기에 환경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는 유럽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기록적인 폭염을 맞이하면서 유럽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일제히 에어컨 매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영국 전자제품 유통업체 커리스는 폭염을 앞두고 선풍기 판매가 직전 주말보다 약 3000%, 에어컨 판매는 330%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의 에어컨 보급률은 아직 약 20%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미국의 보급률이 약 90%인 것과 비교하면 성장 여지가 큰 시장입니다. 비교적 온화한 여름과 높은 전기요금, 엄격한 건축 규제 때문에 에어컨이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지 못했던 유럽 시장이 장기화되는 폭염으로 인해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한 것입니다.
이러 이유로 지난달 유럽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보다 두 자릿수 이상 급증했습니다. 특히, 설치 규제가 까다로운 건축물이 많은 유럽 특성상 비교적 손쉽게 이용이 가능한 이동식 에어컨에 대한 수요가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LG전자는 유럽 물량 에어컨을 중국과 튀르키예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창원국가산단 내 창원공장 역시 하루 10시간 생산 라인을 풀가동 하며 급증하는 유럽 에어컨 수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럽 폭염의 수혜를 입었다는 점은 판매 증가와 생산라인 가동 상황을 통해 확인되지만 시장의 확대가 곧 국내 기업만의 수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 미디어의 이동식 에어컨은 일부 유럽 유통채널에서 품절됐으며, 독일 온라인 매출 또한 5월 기준 전년 동기보다 37% 증가했습니다. 저렴한 이동식 에어컨과 선풍기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의 가격과 공급망 경쟁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삼성과 LG는 유럽 시장에서의 초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품질·현지화 전략을 내세우겠다는 방침입니다. 고효율 인버터 기술과 저탄소 냉매, AI 에너지 관리, 히트펌프와 상업용 냉난방공조 등 기술력으로 차별점을 두겠다는 전략입니다.
특히, 유럽은 건물 외관 보호에 대한 규제와 탄소배출 감축, 화석연료 난방 축소 등 에너지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한 시장인 만큼 이에 맞는 현지화가 승부를 가르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결국 2026년 유럽 폭염은 국내 가전업체에 일시적인 '여름 특수'를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이동식 에어컨과 선풍기 중심의 단기 수요에서는 중국 기업과의 가격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지화 및 차별화 전략이 승부처가 될 전망입니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유럽이라는 신흥 시장이 급부상함에 따라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가전 기업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AI, 친환경 고효율 기술 등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승부를 본다면 유럽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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