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60조원 규모로 평가받은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의 승자는 독일이 됐습니다. 한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 방산 공급망이라는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후폭풍은 거셌습니다. 지난 7일 한화오션은 전 거래일보다 22.65% 떨어진 8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 하락률은 25%를 넘기도 했습니다. 한화오션과 ‘원팀’으로 수주전에 참여한 HD현대중공업도 5.32% 하락한 55만2000원에 마감했습니다. 수주전의 중심에 있던 한화오션의 충격이 훨씬 컸습니다.
주가 급락만 보면 K해양방산의 성장 시나리오가 무너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평가는 조금 다릅니다. 단기 주가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캐나다 사업 실패가 현재 실적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는 의견이 대체로 일치합니다.
다만 중장기 시각에서는 온도 차이가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하락을 기대감 소멸에 따른 수급 충격으로 보고 조정 시 매수 관점을 유지했습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한국 조선사들이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근거로 해군 함정 수출 기회를 기업가치에 반영해왔던 만큼, 이전과 같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계속 정당한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사업 기대가 가장 강하게 반영됐던 만큼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연대 책임으로 투자심리가 흔들렸지만 상선 실적과 미국 조선 협력 등 다른 성장축의 비중이 더 커 상대적으로 빠르게 충격에서 벗어날 가능성에 무게를 둔 모습입니다.
캐나다가 택한 것은 잠수함보다 ‘나토’
캐나다 초계잠수함 프로젝트(CPSP)는 2030년대 중반 퇴역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신규 잠수함을 도입하는 사업입니다.
잠수함 건조비만 약 20조원 규모로 평가됐으며, 30년 이상의 유지·보수·운영(MRO) 비용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한국 측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원팀을 구성해 독일 TKMS와 경쟁했습니다. 한국은 한화오션의 3600톤급 장보고-Ⅲ 배치-Ⅱ를 제안했습니다. 독일은 노르웨이와 공동 개발한 타입 212CD를 내세웠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결과를 ‘성능이 아닌 나토의 선택’으로 평가했습니다. 독일은 나토 회원국 간 상호운용성과 독일·노르웨이·캐나다를 연결하는 북대서양 안보 협력, 유럽 방산 공급망 결속을 앞세웠습니다. 독일과 노르웨이는 자국 건조 슬롯까지 양보해 2036년까지 4척을 인도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공식 발표 시점도 상징적이었습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 직전인 지난 6일(현지시각) TKMS 선정을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위협과 유럽 재무장, 캐나다의 대미 의존도 축소가 맞물린 시기에 캐나다는 잠수함 한 척의 성능보다 장기 동맹 구조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AP와 로이터도 나토 상호운용성과 유럽과의 전략적 협력이 결정의 중요한 배경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화오션 23% 급락, 과도했나
한화오션 주가는 결과 발표 하루 만에 22.65% 하락했습니다. 장보고-Ⅲ 배치-Ⅱ를 직접 건조하는 한화오션은 캐나다에서 수주 활동을 주도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향후 공동 건조와 생산능력 확대를 지원하는 파트너였습니다.
캐나다 사업의 기대 가치가 한화오션에 더 많이 반영됐던 만큼 결과 발표 뒤 투자자들이 기대 프리미엄을 한꺼번에 걷어낸 셈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은 단기 주가 되돌림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동시에 사업의 본계약 체결은 2028년, 매출 인식은 2029년 이후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당장 실적 추정치를 깎을 사안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한화오션이 수주에 성공했다면 새로운 상승 여력이 붙는 ‘옵션’이었지만, 실패했다고 기존 영업이익과 수주잔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급락은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이벤트 소멸에 따른 수급 충격에 가깝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은 조금 더 신중합니다. 보고서는 캐나다 사업이 두 회사에 단순한 옵션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화오션은 2023년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2030년 연간 특수선 매출 목표로 4조원 이상을 제시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도 2030년 함정 매출 목표를 7조원으로 제시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같은 목표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캐나다 잠수함 수주 가능성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따라서 CPSP 실패 이후 두 회사가 기존 2030년 해양방산 매출 목표를 하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함정 매출 목표치가 근거입니다.
HD현대중공업의 함정 매출은 2025년 약 1조1000억원에서 2030년 7조원으로, 한화오션은 약 1조3000억원에서 4조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해왔습니다. 캐나다 사업이 빠지면서 이 장기 성장 경로의 일부를 다른 해외 함정 프로젝트로 채워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한화오션, 반등은 가능하지만 이전 고점 회복에는 증명이 필요
한화오션 주가는 단기적으로 기술적 반등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하루 만에 20% 넘게 급락하면서 캐나다 수주 기대의 상당 부분이 제거됐기 때문입니다. 국내 특수선 모멘텀도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상선 부문 역시 기존 고선가 수주잔고가 매출로 전환되면서 실적 개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한화오션이 폴란드 오르카 후속 사업과 중동·동남아 잠수함 수출, 북미 MRO 협력도 여전히 유효한 파이프라인으로 봤습니다. 따라서 한화오션 주가의 향후 경로는 ‘급락→부분 반등→후속 수주 확인’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단기적으로는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이 가능하지만, 이전 고점을 다시 넘기 위해서는 폴란드 잠수함과 미국 MRO, 중동·동남아 함정 사업 가운데 최소 하나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주가는 캐나다 사업 기대가 붙기 전의 밸류에이션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왜 상대적으로 덜 빠졌나
HD현대중공업의 주가는 7일 5.32% 하락했습니다. 적지 않은 낙폭이지만 한화오션의 22.65% 급락과는 차이가 큽니다. HD현대중공업은 상선과 엔진, 함정 사업을 함께 보유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선박 교체와 LNG선·컨테이너선 수주, 고선가 선박의 매출 인식이 기업 실적을 지탱합니다. 캐나다 잠수함 하나가 회사 전체 실적 방향을 바꾸는 구조가 아닙니다.
한국투자증권도 단기 주가 하락이 실적과 대미 투자 기대감으로 빠르게 만회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7월 말 2분기 실적과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MASGA’ 관련 기대가 하방을 지지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캐나다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HD현대중공업 역시 숙제가 생겼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캐나다 사업이 국내 조선사의 미국 함정 시장 진출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조선사에 높은 밸류에이션이 붙은 배경에는 과거 상선 사이클에서 보기 어려웠던 함정 수출이라는 새로운 성장축이 있었습니다. 캐나다 사업은 K조선이 상선뿐 아니라 글로벌 해양방산 시장에서도 대형 매출을 만들 수 있다는 대표 사례로 기대됐습니다. 이 기대가 꺾인 만큼 시장은 앞으로 ‘함정 수출 가능성’이라는 말보다 실제 계약을 요구할 전망입니다.
단기 주가 방향은 HD현대중공업 우위
두 증권사 보고서를 종합하면 단기 주가 흐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상대적 우위가 예상됩니다. 그러나 6개월 이상 시계에서는 단순한 우열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한화오션이 폴란드 잠수함과 미국 MRO, KDDX에서 의미 있는 계약을 확보한다면 이번 급락은 오히려 주가의 바닥을 확인한 사건이 될 수 있습니다. 캐나다 수주전에서 확인한 잠수함의 성능과 납기 경쟁력이 다른 국가의 계약으로 이어지면 ‘나토의 정치적 선택’이라는 해석도 시장에서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해외 함정 수출이 장기간 지연되면 한국투자증권이 제기한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2030년 해양방산 매출 목표를 낮추고, 주가에 붙었던 함정 수출 프리미엄도 축소해야 합니다.
캐나다 사업은 K해양방산의 끝이 아니라 시험대였습니다. 독일은 잠수함 성능만으로 이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토와 유럽 방산 공급망, 국가 간 전략적 협력을 묶어 수주했습니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 실패는 단기적으로 한화오션에 더 아픈 결과였습니다. 향후 주가도 당분간 HD현대중공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확률이 높습니다.
결국 한화오션은 캐나다 기대를 걷어낸 뒤 실제 해외 수주로 성장성을 다시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받았습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한화오션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임에도 미국 조선협력과 함정 수출이라는 새로운 프리미엄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