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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은의 보험 키워드] 5세대 실손보험, 젠가처럼 흔들리는 보장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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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une 14, 2026, 12:06:25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지난 5월, 5세대 실손보험이 드디어 출시됐다. 하지만 예상보다 늦어진 이유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기가입 고객들이 기대했을지 모를 1, 2세대 실손보험 매입설이 무산되고 관리 급여 제도 시행 때문에 늦어졌다는 말도 돌았다.

 

2021년 7월 1일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된 지 약 5년 만에 등장한 5세대 실손보험, 무엇보다 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5년 주기 재가입 시기가 곧이어 도래하는 만큼 실손보험은 향후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현직 보험설계사의 한 사람으로 면밀하게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실손보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 병원 진료를 자주 받지 않는 가입자로서는 매달 보험료가 빠져나가기만 하고 쌓이지도 않는 데다 매해 금액이 훅훅 갱신되는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 일인지 고민 되는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실손보험료가 한 달에 10만원이라면 1년 동안 120만원의 보험료가 드는데 내가 받은 보험금이 그보다 적거나 없으면 소위 본전 생각이 난다. 보험은 가입과 동시에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분야임에도 유독 실손보험에는 민감한 까닭이 뭘까?

 

아마도 ‘내 병원비 다 돌려주는 보험’이라는 인식이 강해서일 것이다. 사실 1, 2세대 실손보험이라면 과히 틀린 말도 아니다. 자기 부담률은 낮고 최소 공제금이 작다 보니 가벼운 질환의 통원비도 따박따박 입금받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과잉 진료를 불러일으켰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이번 5세대 실손의 가장 큰 변화는 중증 비급여(암, 뇌혈관, 심장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등) 치료비 자기 부담률은 기존 4세대와 동일한 30%로 유지하되, 비중증 비급여 치료(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비급여 주사제 등) 와 같이 과잉 진료 우려가 큰 항목의 보장은 축소해 자기 부담률이 50%로 껑충 올랐고 연간 보상 한도도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되었다. 또한 보장 제외(면책) 범위가 확장되어 미등재 신의료기술 등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항목이 늘었다.

 

대신, 중증 질환자의 상급 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의 입원 치료에 대해 연간 500만원 자기 부담액 상한제가 약관에 명시되었다. 즉,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의 부담은 낮추되 비중증 비급여 치료 이용자의 과잉 진료를 막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경험상 보험 가입자 중 실손보험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많은 이들이 암이나 혈관계 질환과 같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중증 질환에 대비한 보험을 한 개 이상 유지하고 있다. 아무리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이 잘 되어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건보와 실손보험만으로 생애 의료비를 감당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세대가 거듭될수록 실손보험의 자기 부담률이 높아지고 보험료까지 덩달아 상승한다면 실손보험 유지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나 역시 당장은 아니더라도 실손보험은 언젠가 사라지거나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데 동의한다.

 

무엇보다 긴 시간 축적되어 온 실손보험의 도덕적 해이를 단시간 내 근본적으로 바꾸는 건 매우 어렵다. 그래서인지 보험사의 상품개발 방향도 실손보험을 대체할 수 있는 생애 치료비 보장 보험에 집중되어 있다.

 

실손보험은 공적 보험의 성격을 띠지만 엄연한 사적 보험이다. 즉, 보험사 관점에서 보면 회사 위험률 상승의 가장 큰 축을 차지하고 매번 지급 분쟁으로 인한 욕을 먹어도 당장 내려놓을 수 없는 아픈 손가락인 셈이다.

 

가입자도 마찬가지다. 유병 장수 시대에 노년 건강 상황을 장담하기 어려우니 보험료가 계속 올라도 선뜻 그만둘 수 없다. 실손보험과 가입자는 마치 애증의 역사를 함께한 부부 같다. 생애 끝까지 함께 가려니 버겁고 손을 놓자니 안타까운. 이에 서로 사이좋게 지내보라고 정부는 ‘관리 급여’ 라는 카드를 내놓았다.

 

가입자의 의료비 부담과 과잉 진료 논란이 이어져 온 일부 비급여 항목을 급여(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포함해 가격과 이용 횟수를 직접 통제하기로 한 것. 그 대표 항목이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비급여 주사제 등으로, 의료 쇼핑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들에 대해 수가(가격) 을 정찰제로 바꾸고 연간 횟수를 정했다.

 

관리 급여의 본인 부담률은 95%다. 사실상 환자가 치료비 전액을 지급하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건강보험의 테두리 안에 들어온 이상 가격과 횟수에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게 되어 환자 부담이 줄었다. 물론 정해진 횟수 이상의 치료를 받으면 금액은 다시 비급여 처리가 되고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해지지만 5세대 실손보험에서는 이들의 자기 부담률이 50%인 만큼 비싼 돈을 내면서까지 예전처럼 편하게 받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얼마 전 물리치료사인 지인으로부터 정부의 관리 급여 신설 및 5세대 실손보험 출시로 자신의 직업이 위태로워졌다는 한숨 섞인 푸념을 들었다. 비교적 낮은 기본급에 치료한 환자 수로 인센티브를 받는 급여 체계를 적용받는 물리치료사들에게 관리 급여 신설은 월급뿐 아니라 나아가 일자리 보전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시스템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변화들이 마치 아래의 블록을 빼서 위에 얹는 게임인 젠가처럼 보이는 부분이 꽤 크다. 젠가의 끝은 위태로운 지속을 이어가다 결국 무너지는 일이다. 공적 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실손보험이 부디 젠가의 결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서지은 필자

하루의 대부분을 걷고, 말하고, 듣고, 씁니다. 장래희망은 최장기 근속 보험설계사 겸 프로작가입니다.

마흔다섯에 에세이집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줄이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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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기자 lucky@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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