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 열기 인더뉴스 부·울·경

Column 칼럼

[한화 김욱기 칼럼] 감사-일상을 기념일로 만드는 법

URL복사

Tuesday, May 12, 2026, 17:05:10

 

김욱기 한화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자문위원ㅣ달력을 보면 유난히 기념일이 많은 시기, 5월과 6월이다. 달력 위 평범한 숫자가 저마다의 색깔로 의미를 나타내는 계절이다. 5월이면 부모와 자녀, 스승과 제자라는 이름의 무게를 새삼 확인하고, 6월이면 잊고 지낸 희생의 가치를 되새기곤 한다.

 

국가가 정하고 사회가 약속한 기념일은 분명 소중한 가치를 환기해주지만, 역설적으로 그날이 아니면 주변의 소중함을 잊어도 좋다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비가 온 뒤 숲길을 걷다 발치에 핀 이름 모를 들풀들을 떠올려 본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대개 화려한 색채를 뽐내는 꽃이나 기운차게 뻗은 아름드리 나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숲을 진정으로 지탱하는 힘은 화려한 꽃을 피우지 못해도 흙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이끼나 거친 바람을 묵묵히 견뎌내는 수풀에서 나온다.

 

우리의 감사와 존경 또한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특정한 날에만 반짝이는 화려한 꽃이 아니라, 숲의 생명력을 묵묵히 지켜내는 초록의 들풀처럼 늘 그 자리에 머물며 잔잔하게 흐르는 일상의 호흡이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특별함’에 지나치게 몰두한다. SNS에는 화려한 파티와 선물이 오가는 기념일의 기록들이 넘쳐나지만, 그 불빛이 꺼진 뒤의 평범한 일상은 무미건조하게 방치되곤 한다. 일 년 중 단 하루를 위해 나머지 364일을 무심히 흘려 보내는 것은, 마치 꽃을 보기 위해 나무의 뿌리와 줄기를 소홀히 여기는 것과 같다.

 

주변을 아끼는 마음은 거창한 결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것은 내 곁에 있는 이들이 당연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내려놓는 일이다. 좁은 골목길을 지날 때 서로 길을 내어주기 위해 몸을 비키듯, 우리도 매일 마주하는 이들 앞에서 ‘당연함’이라는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감사의 이유들이 돋아난다. 아침을 깨우는 가족의 기척, 무탈하게 출근할 수 있는 일터, 그리고 평범한 하루를 지탱해주는 이름 모를 이들의 노고까지.

 

매 순간 감사한다는 것은 세상을 향한 시선을 바꾸는 일이다. 타인의 작은 실수를 들춰내기보다 그가 지닌 선의를 먼저 발견하려 애쓰는 마음, 그리고 내가 누리는 평화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겸손함이다. 이런 마음들이 모이면, 그곳이 비로소 타인을 우러러보고 서로를 보듬는 울창한 숲, 따뜻한 공동체가 된다.

 

기념일의 울타리를 넘어 일상으로 감사의 범위를 넓힐 때, 삶은 풍요로워진다. 굳이 달력을 넘겨보지 않아도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피곤한 월요일 오전도, 평범한 수요일 오후도 충분히 기념할 만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발치의 들풀들이 내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눈에 띄는 화려한 꽃에만 매몰되어, 내 삶의 터전을 지켜주는 소중한 이들의 존재를 잊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진정한 사랑과 존경은 붉은 글씨로 새겨진 날에만 행하는 의례가 아니라, 오늘이라는 이름의 평범한 시간을 정성껏 가꾸는 손길에 있는 건 아닐까.

English(中文·日本語) news is the result of applying Google Translate. <iN THE NEWS> is not responsible for the content of English(中文·日本語) news.


편집국 기자 itnno1@inthenews.co.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