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옥찬 심리상담사ㅣ넷플릭스 드라마 〈사냥개들〉 시즌2(연출·극본: 김주환, 출연: 우도환, 이상이, 정지훈 등)는 시즌1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강력하고 무자비한 악당 임백정(정지훈 분)에 맞서 가족을 지키려는 김건우(우도환 분)와 홍우진(이상이 분), 그리고 이 두 사람을 돕는 이들의 이야기다. 같은 세계 안에서도 건우와 우진은 사람을 지키기 위해 주먹을 쓰지만, 백정은 돈을 위해 사람을 무참히 짓밟는다. <사냥개들>은 선과 악의 구도가 명확하고, 결국 선이 이기는 이야기다.
선이 악을 이긴다는 결말이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더라도, 〈사냥개들〉은 동화가 가진 교육적 미덕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옳고 그름이 분별되는 세계, 위험 속에서도 보호와 회복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 세계를 상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징적 경험은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도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길러 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쟁이 끊이지 않고 정치와 경제가 불안정하며 무한 경쟁의 압박 속에 사는 어른들에게도 선이 끝내 악을 이긴다는 이야기는 작지 않은 위안이 된다.
"끝낼 수 있는 한 방이었는데, 멈췄습니다. 그만큼 스포츠맨십이 김건우 선수가 좋습니다."
김건우는 권투 시합 중 상대를 끝낼 수 있는 순간에 멈춘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시합이라는 현실보다 자신의 신념을 앞세우는 사람이다. 반면 홍우진은 "저 새끼 왼쪽 눈 찢어졌어. 오른손으로 끝내 버리자. 그냥 죽여 버려 그냥"이라고 말한다.
승패를 가르는 권투 경기에서는 당연한 승리 전략이다. 마찬가지로 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도 기회가 생겼을 때 상대를 완전히 무너뜨리라는 논리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건우는 "내가 오른 손으로 다시 치면 쟤 얼굴 몇십 바늘 꿰매야 될 수도 있어"라고 한다. 이 장면에서 인간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나는 힘이 있어도 선을 넘지 않는 태도, 다른 하나는 힘이 있을 때 끝장내야 한다는 태도다.
힘은 한 사람의 내면을 드러내는 시험대다. 힘이 생겼을 때, 상대를 해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그 사람의 본모습을 드러낸다. 누군가의 인격을 보고 싶다면 권력을 줘 보라는 말이 있다. 끝낼 수 있는 순간에도 멈춘 건우의 선택은, 그의 주먹보다 인격이 더 단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상대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도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놓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단순한 착함이 아니라 자기 통제력이며, 성숙한 인격의 표현이다.
인상적인 것은 건우와 우진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다. "기회 있을 때 끝장내 버려야 된다니까"라는 우진의 말에 건우는 "사냥개 1호를 믿자. 우리 둘이 처음 만든 콤보잖아."라고 한다. 현실 세계에서 마주하는 부조리함과 싸우는 기술은 혼자 만들 수 없다. 함께 몸을 맞추고, 서로의 타이밍을 익히고, 위험한 순간에도 저 사람이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니 이 콤보는 기술인 동시에 관계다. 함께 만든 싸움의 방식이 곧 함께 쌓은 믿음이다.
한국 사회는 점점 더 사람들에게 혼자 버티는 법을 요구한다. 더 빨리 성공해야 하고, 더 많이 벌어야 하고,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압박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함께 살아갈 존재로 보기보다 비교하고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 쉽다. 인간관계조차 효율과 손익으로 계산하려는 분위기가 생긴다. 누군가를 만나도 '이 사람이 내게 도움이 되는가', '손해는 아닌가'를 먼저 따지게 된다. 안타깝게도 관계의 언어보다 거래의 언어가 앞서는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는 공동체성과 연대감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예전보다 연결은 많아졌지만 깊은 신뢰를 주고받는 관계는 오히려 줄었고 외로움은 커졌다. SNS와 메신저로 늘 이어져 있어도 정작 힘들 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경쟁 사회는 사람을 고립시키고, 물질만능주의는 사람의 가치를 돈과 성과로 환원한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욱 진실하고 책임감 있는 관계를 갈망하게 된다. 계산하지 않고 곁에 있어 주는 사람,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 그러면서 원가족을 넘어선 확대가족을 필요로 하게 된다. 우진은 <사냥개들> 시즌1에서 사고를 당해 장애가 생긴 경찰 태영에게 가족이라는 말로 위로하고 격려한다.
"건우랑 저한테는 룰이 하나 있거든요. 한번 가족은 영원한 가족이다. 그리고 가족은 목숨을 걸고 끝까지 지켜 준다. 태영 씨는 우리 가족이에요."
〈사냥개들〉에서 가족은 혈연만을 뜻하지 않는다. 서로를 책임지기로 선택한 관계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도 바로 이런 관계일 것이다. 필요할 때만 잠깐 연결되는 관계가 아니라, 위험한 순간에도 떠나지 않는 관계 말이다.
물론 가족처럼 지킨다는 말이 낭만적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현실의 인간관계는 피곤하고,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며,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은 적잖은 부담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쉽사리 깊은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불안정한 시대일수록 사람을 버티게 하는 것은 돈만이 아니다. 돈은 위기를 잠시 늦출 수 있지만,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대개 사람이다. 내가 사라져도 괜찮은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지켜질 수 있는 존재라는 감각이 인간을 살게 한다.
<사냥개들>에서 악당들은 돈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들에게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고, 방해가 되면 제거하면 그만인 대상이다. 이런 태도는 낯설지 않다. 오늘 한국 사회에서도 돈이 인간 위에 놓이는 순간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의 고통보다 수익이 우선되고, 관계의 신뢰보다 계약의 유불리가 먼저 계산되며, 약자의 사정보다 성공한 자의 결과가 더 존중받는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지치고 냉소적이 된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에서 모두가 살아남으려 하지만, 결국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어쩌면 대단한 관계가 아닐지도 모른다. 필요할 때 부를 수 있고, 위험할 때 외면하지 않으며, 약속한 말에 책임을 지는 관계 그것으로 충분하다.
"너랑 나랑 만든 인파이팅을 믿자. 우리를 믿자."
서로를 믿을 수 있는 두 사람이 있을 때, 세상은 조금 덜 잔인해진다. 돈이 가장 강한 힘처럼 보이는 시대에도, 끝내 사람을 살리는 것은 사람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것은 누군가를 먼저 끝장내는 힘이 아니라, 누군가를 끝까지 지켜 내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 최옥찬 심리상담사는
"그 사람 참 못 됐다"라는 평가와 비난보다는 "그 사람 참 안 됐다"라는 이해와 공감을 직업으로 하는 심리상담사입니다. 내 마음이 취약해서 스트레스를 너무 잘 받다보니 힐링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주 드라마와 영화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찾아서 소비합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서 글쓰기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