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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칼럼

[서지은의 보험 키워드] 우아한 노후는 ‘선택할 권리’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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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pril 12, 2026, 10:04:07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우아한 노후를 위하여 친구의 연락을 받은 형준(박근형 분)은 반가운 마음을 안고서 한달음에 친구 우식(징용 분)을 찾아간다. 친구는 단칸방에 죽은 듯 누워있다. 어디가 아픈지 묻는 형준에게 친구는 담담히 영양실조라 답한다.

 

친구에게 고기라도 사주고 싶은데 형준에게도 그럴만한 돈은 없다. 더 살아봐야 재미도 없고 재산도 없는 데 다 살 만큼 산 듯해 굶어 죽기를 선택했다며 형준에게 자신의 장례비와 영정사진이 들어있는 봉투를 건넨다. 죽어가는 친구에게 형준은 너 쫌 멋지다면서, 어떻게 굶어 죽을 생각을 했냐고 눈시울을 붉힌다.

 

돈 안 들고, 아프지도 않고, 그냥 힘이 없을 뿐이라는 양종현 감독의 영화 <사람과 고기> 속  두 주인공 노인의 대사 앞에서 그저 감상에 젖을 수만은 없었다. 꺾어진 백 살 하고도 해를 넘긴 나는 얼마 전 꽤 큰 돈을 들여 건강검진을 받았다.

 

백세시대에 마흔은 젊은이고 쉰도 한창 일할 나이라 한다. 60세 정년도 너무 빨라 65세로 바뀔 전망이다. 70대 모친, 10대 딸과 함께 사는 나는 이른바 샌드위치 세대다. 부모의 노환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며 내 노후도 고민해야 하고, 아직 어린 자녀의 미래도 방치할 수 없다.

 

어쩌면 나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의 짐을 짊어지게 할 수 없는 첫 번째 세대일지 모른다. 사실 영화 속 형준과 친구에게도 자식이 있었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이라는 고리가 끊겨 고독과 가난으로 점철된 노후를 맞이하고 결국 스스로 생의 종료를 선택한 노인은 죽음의 문 앞에서 친구 형준에게 연락한 것이다. 형준 역시 죽어가는 친구의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그가 택한 죽음의 방식을 멋지다고 표현했으리라.

 

어떤 모습으로 나이 들어갈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비단 나 한 명만은 아닐 테다. 내가 일부러 돈을 들여 건강검진을 예약한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최근 주변에 갑작스레 맞닥뜨린 병환으로 일상이 크게 흔들리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이유의 하나였다.

 

검진 결과표를 받아 들고 마음이 착잡했다. 큰 병이 발견된 건 아니지만 모든 지표가 몸의 노화를 생생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체중이 크게 늘면서 혈압이 높아졌고, 동맥의 협착이 진행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골밀도를 비롯한 다른 부위들도 간신히 정상 범위 안에 들긴 했으나 아슬아슬한 수치였다.

 

종이에 찍힌 숫자와 코멘트를 읽는 동안 노후에 갖추어야 할 것은 품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품격은 ‘선택할 권리’에서 나온다는 것도.

 

경제적 빈곤 자체보다 그로 인해 평생을 지켜온 나의 자존감이 나이 들수록 허물어질 때 받는 무력감이야말로 공포다. 아플 때 어디서 어떤 치료를 받을지, 그리고 노후에 머물 단정하고 쾌적한 환경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 이는 막연히 준비해서는 결코 구축할 수 없는 것들이다. 게다가 나처럼 아직 어린 자녀와 부양할 부모가 있다면 아플 수 없다.

 

그러나 질병이나 사고가 언제 예고하고 찾아오던가? 명확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보험설계사로 각종 사고보험금 청구를 대행하는 업무도 함께 하고 있는데, 청구 서류를 작성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보험이 인생의 위기 앞에서도 낙담하지 않게 도와주는 보이지 않는 손이 돼주었다는 생각에 한편, 안도한다.

 

여행을 앞두고 무엇을 챙기는지를 떠올려보자. 원활한 여행을 위해 현금과 신용카드, 여벌의 옷과 비상약, 그리고 우산 등을 챙긴다. 여행자가 우산을 챙기는 까닭은 언제 비가 내릴지 몰라서지 여행 내내 비가 올 걸 걱정해서가 아니다.  언제 비가 내려도 내게는 우산이 있다는 안도감 덕분에 여행 내내 풍경과 경험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된다.

 

인생을 하나의 긴 여행으로 본다면 보험은 우산이라 생각한다. 노후의 우아함은 여행에 들고 간 우산처럼 준비된 여유에서 시작된다. 나의 양손 중 한 손은 가족과 일상의 지탱을 위해 쓰이고, 다른 한 손은 나는 돕는 손이어야 한다. 비를 만났을 때 준비한 우산을 펴는 손 말이다.

 

몸의 노화에 우울해할 여유가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지만 늙음을 즐기는 경지까진 아직 모를 지라도 품격있게 나이 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그 선택에 우아한 노후가 좌우된다. 막연한 낙관은 해결의 열쇠가 아니다. 나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준비는 언젠가가 아니라 바로 오늘이어야 한다.

 

■서지은 필자

 

하루의 대부분을 걷고, 말하고, 듣고, 씁니다. 장래희망은 최장기 근속 보험설계사 겸 프로작가입니다.

마흔다섯에 에세이집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줄이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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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itnno1@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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