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이재명 대통령의 대표적인 지역 및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충청권에서 예상치 못한 첫 번째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
충북대학교(이하 충북대)가 지난 7일, 국립한국교통대학교(교통대)와의 통합 추진 여부를 다시 묻는 학내 재투표를 추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표결 결과에 따라 '지방 거점 국립대 혁신'의 성공 모델이 만들어질지, 아니면 정책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는 걸림돌이 될지 교육계와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역 거점 국립대를 개혁해 서울대급 연구·교육·산학 역량을 갖춘 국가전략 거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공약입니다. 서울대로 상징되는 수도권 일극 체제로 인해 지역의 인재와 산업 및 일자리가 빨려 들어가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되었습니다.
실제로 교육부는 올해 예산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8855억원 규모로 편성했습니다. 다만 지원 방식이 '9개 거점국립대 동시 균등 지원'이 아니라 일부 대학에 우선 집중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함께 제기되며 대학간 내부 경쟁의 긴장감도 커졌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충북대–교통대 통합'은 결국 두 대학이 잘 합치느냐를 넘어, 정부가 의도하는 거점대학 재편이 지역에서 실제로 작동 가능한가를 가늠하는 현장 테스트가 되고 있습니다.
양 대학이 통합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윤석열 정부 당시 글로컬대학 30 사업에 응모하면서부터 입니다. 충북대와 교통대는 대학 혁신 과제를 앞세워 2023년 11월 글로컬대학 30에 최종 선정되며 5년간 1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대학들에게는 1000억원의 지원을 조건으로 구조개혁(거버넌스·학사·인력·캠퍼스 역할 재정립)이나 통합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충북대–교통대의 경우 글로걸대학 30사업 지원안 자체가 2027년 3월까지 통합을 전제로 했기에 통합 계획이 무산되면 1000억원을 반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통합을 목표로 했지만 두 대학의 통합 논의가 순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위기는 2025년 12월 두 학교에서 시행된 통합 찬반 투표 결과에서 나왔습니다. 교통대는 교원 67.6%, 직원·조교 73.7%, 학생 53.5%가 찬성했지만, 충북대는 교원 55.8%, 직원 52.8%, 학생 63.2%가 반대해 교수·직원·학생 전 주체에서 반대 우세가 확인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충북대 고창섭 전 총장이 물러났고 교통대는 "통합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통합 추진을 이어간다. 충북대의 신중하고 책임 있는 판단을 기다린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충북대와 교통대는 4년 임기의 신임 충북대 총장 후보 선출 문제를 놓고 다시 갈등이 커졌습니다. 결국 충북대에서는 교통대와의 통합 여부에 대한 재투표를 이달 중 다시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대학 간 통합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두 대학간의 총장 선출 방식과 임기도 다르고 통합 이후 초대 총장·본부 기능 배치, 학칙 개정 방식, 교원 정원·학과 재배치, 캠퍼스 역할 분담 같은 민감한 쟁점들을 미리 합의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학령 인구가 줄어들고 지방 대학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지역 내 대학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얻은 사례가 다수 있었습니다. 2021년 경상대와 경남과기대가 통합해 출범한 경상국립대의 경우나 2005년 소규모 국립대였던 밀양대를 거점 국립대가 통합한 부산대 등이 좋은 사례 입니다.
충북대의 교통대 통합 재투표는 통합 과정에서 불거지는 대학 간의 이해관계 논란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좀더 확대해 보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국가 전략 중 하나인 지방 거점대 집중 육성이 지역 현장에서 어떤 거버넌스를 통해 진행되어야 하나를 물어볼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충북대의 재투표에서 교통대와의 통합 논의가 다시 부결된다면, 거점국립대 구조개혁이 "지역 현장에서 이렇게 막힌다"는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향후 ‘선택과 집중’ 과정에서 해당 모델을 우선순위에서 낮추거나, 최소한 재정 투입 명분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역 거점대에 대한 투자를 전제로 한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실제 동력을 지닌 정책이 되려면, 지원에 앞서 먼저 그 정책이 작동할 수 있는 지역 사회 내의 거버넌스와 지원을 받는 대학의 구조개혁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대학 내 이해관계자간 손익계산서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벽이 마주쳐야 박수 소리가 나는 것 처럼 중앙 정부에서 아무리 지원을 하겠다며 정책을 세운 들, 이에 호응할 자세와 수행할 의지가 없다면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성공할 확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지역 거점대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권한과 자원을 재배치하는 수고를 감수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재정투입의 명분이 생기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충북대의 교통대 통합 재투표는 단순한 대학간 이슈가 아니라 '서울대 10개 만들기'공약이 추진 과정에서 어떤 식의 실무적 난관이 발생할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자 어떻게 거버넌스를 형성해야 할지를 미리 고민하게 만드는 이슈가 될 전망입니다.
한편, 교통대는 충북대의 통합 관련 재투표 결정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두 대학의 지난 수년 통합 노고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며 "교통대는 충북대와의 통합에 관해 여전히 열린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충북대의 구성원 의견 재투표는 일방적"이라고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이어 "양교 간 합의가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