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금융당국이 현 신용평가체계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2003년 CB사(Credit Bureau·개인신용조회회사)의 신용등급서비스 개시후 20여년 만입니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여의도 나이스평가정보 컨퍼런스홀에서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신용평가체계개편TF'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와 금융권이 함께 노력하고 있는 포용금융을 위한 여러 시도가 일회성 형식적 지원에 그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제도개선과 시스템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 출발점은 신용평가시스템 개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 신용평가시스템은 데이터 품질이나 접근성 측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금융 울타리 바깥에 있는 이들에게는 잔인한 금융의 높은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우려도 있다"며 "저신용자라는 이유로 가혹한 장벽을 세우는 게 아니라 따뜻한 포용력으로 성실한 국민이라면 언제나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용평가·데이터·법률·소비자 등 분야별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신용평가체계개편TF는 이날 첫 회의에서 생산적·포용적·신뢰받는 금융 등 금융대전환의 인프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신용평가시스템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먼저 신용평가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연구소 최척 부장은 개인신용평가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평가기준 조정과 평가모형 재개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KCB는 5000만명 이상의 신용점수를 산출하고 있고 이중 950점 이상 고신용자가 28.6%(1436만명)에 달합니다.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한 2018년(16.9%) 대비 10%p 넘게 불어난 것입니다.
최척 부장은 "거시적 금융환경 변화, 신용관리에 따른 가점대상자 증가, 연체정보 공유제한 등 복합적 영향으로 개인신용평점 상위점수 구성비가 크게 증가했다"며 "신용점수별 균형감 있는 구성비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평가체계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노년층(387만명), 청년(331만명), 주부(271만명) 등 신용거래정보부족자 이른바 씬파일러(Thin filer)에게는 2024년말 기준 평균 710점 수준의 신용점수가 부여됐습니다.
최척 부장은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평가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며 "개인신용평가모형에서 통신·공공요금 납부내역 등 일부 비금융정보를 신용평가에 반영하고 있지만 데이터 분석의 한계, 정보제공기관의 협조문제 등으로 비금융정보 추가 발굴·활용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신용평가체계개편TF는 개인신용평가모형의 변별력·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사회·구조변화에 따른 개인의 다양한 리스크를 반영하도록 신용평가체계 고도화를 지원하는 한편 소비자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정보를 신용평가에 공정하게 반영하는 등 중·저신용자 금융접근성 제고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개인사업자는 중소기업의 87%를 차지하고 기업·소비자(개인) 금융이 혼재된 영역으로 금융정보가 부족한 소상공인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KCB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는 상환이력(35.8%), 개인대출정보(21.5%), 개인카드정보(22.5%), 사업자대출정보(11.7%), 사업자개요(8.6%)로 구성됩니다. 사업장(기업) 정보보다 대표자 개인의 신용에 기반해 금융정보 위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신용정보원 전필수 부장은 "담보·개인 특성 중심의 전통적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체계는 금융정보 의존도가 높고 리스크 관점의 평가가 이뤄져 사업성이 충분하게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소상공인 재무제표 신뢰도가 낮아 표준화된 데이터가 부족하고, 현금흐름 파악이 어려우며, 금융사·공공기관·플랫폼으로 산재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서 신용평가 고도화에 한계가 있습니다.
전필수 부장은 "개인사업자 비금융데이터를 적시 활용해 리스크와 미래사업성을 복합 평가하고 기술업·도소매업·숙박음심점업·서비스업 등 업종별 특성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비금융정보를 통합한 DB 구축, 정교한 분석을 위한 AI 기술 도입, 설명가능한 AI(XAI)를 통해 AI 신용평가모형의 투명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신용평가체계개편TF는 현행 소상공인 신용평가가 영업안정성·미래성장성 등 사업장 정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유망 소상공인의 금융접근성을 제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세금납부정보(국세청), 카드매출(카드사), 상권유동인구(통신사), 리뷰평점(e커머스) 등 산재된 소상공인 금융·비금융·비정형정보를 통합·관리하고 금융권에 공유하는 인프라(SDB) 구축을 검토합니다. 또 금융정보 외에 미래성장성·영업안정성을 반영할 수 있는 소상공인 신용평가모형(SCB)을 개발·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신용평가체계개편TF는 금융권·CB사가 신용평가모형에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사전적·개별적 동의제도로 실시간 생성되는 데이터가 신용평가·신용관리에 적시 활용되지 못하고 AI 활용에 따른 불투명성·책임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신용평가체계개편TF는 소비자에 유리한 방향의 신용평가·신용관리 목적으로 수집·활용시 포괄동의를 허용하고 AI 활용 신용평가결과 설명의무 강화, 평가모델 외부검증 내실화, CB사 내부통제 강화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나이스평가정보 구본혁 대안정보사업실장은 '포용적금융' 실현을 위해 필수적인 '대안신용평가'가 데이터 분석, 동의절차, 시스템 운영, 정보활용 등 4대장벽으로 병목현상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말하자면 금융회사가 확보한 대안정보 분석을 위한 가명처리 및 데이터 결합에 3~4개월가량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써야 하고 다수의 동의절차로 인한 불편함으로 금융회사의 대안정보 도입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안정보 통합관리를 위한 인프라가 부재하며 금융회사가 대안신용평가를 적극 도입할 수 있는 실질적 인센티브도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구본혁 실장은 대안신용평가 확산을 위해 가명결합 패스트트랙(절차간소화), 고객주도 포괄동의, 대안정보 허브 인프라 구축, 정책적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금융위는 앞으로 신용평가체계개편TF를 속도감 있게 운영해 개인·대안신용평가체계 개편, 대안신용평가 활성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고도화, AI 등 디지털기술 활용 신용평가·관리 내실화 등 4개 과제별로 논의를 이어가고 개선방안을 도출하기로 했습니다. 민간전문가 중심의 연구용역도 별도로 추진합니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신용평가는 한사람의 경제적·사회적 신뢰를 증명하고 금융기회를 배분하는 금융시스템의 근간"이라며 "정교하고 과학적인 신용평가체계를 통해 보이지 않는 잠재력을 발굴하고 금융의 문턱을 낮춰 높은 장벽이 아닌 튼튼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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