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입문을 위한 지상 특강. 국내 유일, 국내 최다 12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언론고시카페-아랑>의 운영진의 협조를 받아 <인더뉴스>의 청춘 독자들께 촌철살인 언론사 취업팁을 전합니다. [편집자주]
[아랑카페 운영자] 작문 모의고사 채점 후 강평을 위해 한 대학의 저널리즘스쿨에 갔을 때의 이야기다. 무조건 점수를 후하게 주지 말고, 날카롭게 점수를 주고 조언을 해주라는 그곳 교수님의 말씀에 따라 냉정하게 평가를 하고 독설을 퍼부었다. 물론 강의 시작 전에 "독설을 원하지 않고 감언이설을 원하는 사람은 그리 해 주겠다"는 공지를 한 채로 말이다.
1/3 정도의 학생은 꽤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준비한 독설과 함께 제안점을 제시했다. 1명은 아예 흠을 잡을 것이 없었고, 1명은 꽤 잘 썼고, 3~4명 정도는 조금만 다듬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문제는 필기시험에서 탈락하거나, 필기시험에서 약 10등정도 할 법한 사람들인데 자신은 엄청 잘 쓴다고 착각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장수의 나락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꽤 높다. 필기시험은 무조건 통과하고, 최종까지 올라가는데 왜 나는 자꾸 떨어지는 것일까. 그 이유는 자명하다. 5명을 뽑는데 딱 10등을 하니, 아무리 이후 전형을 잘 치러도 탈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기시험에서 1~2등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답안을 더 정교하고 참신하게 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평가 도중 한 학생은 내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는 중독에 빠진 현대인의 삶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데요. 한 마디로 자신은 현대인의 삶에 대해 자신은 풍자와 해학을 살린 한 편의 단편소설을 잘 썼는데, 내가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언론고시생들 사이에서 글 좀 쓴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하는 착각이요, 필자 역시 수험 시절 겪었던 일이기도 하다.
물론 채점을 했던 필자가 잘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걸 배제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심사위원 역시 자신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주제의식을 찾아내려고 재차 읽어보면서 답안을 탐구할까. 많게는 1000장 이상을 하루에 채점할 수도 있는 심사위원들이 말이다. 대개 언론사의 논술 및 작문 채점은 120~1000장 정도를 3명의 심사위원이 각각 읽어보고 채점 결과를 공유한 뒤, 최종 점수를 합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물론 하루 이틀 시간에 말이다.
# 감언이설에 수험생 글 실력 망쳐
다른 자리에서 만났던 한 언론고시생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요즘 한 줄 한 줄씩 세밀하게 첨삭을 해주는 학원들이 생겨나면서, 학생들이 논리적인 평가를 원하나 봐요." 그렇지 않다. 한 줄 한 줄 해주면서 잘한 부분도 꼼꼼히 알아주는 강사의 감언이설에 중독된 셈이다.
스터디 그룹에서 진행하는 '찬사형 강평'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서로 글을 보고 강평을 해야 하는데, 딱히 할 말이 없을 때 내뱉는 '착한 글인 것 같아요' '내용이 좋네요' 같은 문장은 글 실력 향상에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차라리 논지가 이상하거나, 사실이 틀린 걸 잡아내 주는 것이 상대방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요, 그 팩트를 두고 토론을 하거나 말싸움을 하는 것이 더욱 생산적인 스터디 그룹이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쭉 봤을 때 '아 그다지 잘 쓴 글은 아닌데'라는 느낌이 드는 글이 논술이나 작문 시험에서 1~5위 안에 들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후배들을 실제로 언론사에 합격시켜본 멘토의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글 꽤 쓴다고 자부하는 학생 중 일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글을 잘 썼는데, 심사위원들이 평가가 이상한 것 같아." 아큐정전의 정신승리도 아니고, 혼자 계속 정신승리하다가는 수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정신을 차려 보면 자신보다 한참 못한다고 생각했던 신참 수험생 후배가 벌써 합격해 선배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멘토링을 했던 23세 여대생이 입사준비 6개월만에 덜컥 주요 언론사에 합격했다. 함께 공부하던 장수생 선배들 중 상당수가 언론고시를 포기했다. 어쩌면 이들이 현명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