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입문을 위한 지상 특강. 국내 유일, 국내 최다 12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언론고시카페-아랑>의 운영진의 협조를 받아 <인더뉴스>의 청춘 독자들께 촌철살인 언론사 취업팁을 전합니다. [편집자주]
[아랑카페 운영자] 최근 선배 한 분이 서평을 쓰라고 하셔서 고민이다. 도대체 어떻게 써야 한단 말인가.
사실 개인적으로 서평에 트라우마가 있다. 갓 수습을 뗐을 무렵, 어떤 책에 대한 서평을 쓰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 그 책은 자신의 아이의 병을 고치기 위해 외국의 아이들을 수소문해, 다른 아이들과 함께 하며 치유의 과정을 담은 ‘힐링 서적’이었다.
하지만 그 책의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사실 자신의 체험을 담은 수기집이니 동의하고 말고도 없겠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났으니,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을 초청해서 함께 치유의 과정을 거쳤다고 쓸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나라 독자들이 그 책을 본다면 어떨까. 남의 치유를 위해 내 아이들이 수출된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물론 그 서평에는 주관적인 시각을 담지는 않고 무난하게 썼다. 당연히(?) 왜 서평이 이렇느냐고 잔뜩 혼났다. 그 때 “저는 이 시각에 동의할 수 없어요”라고 했다가 더 혼났다. 동의할 수 없으면 비판적으로 감상을 쓸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글쎄. 이 책을 선정한 기준을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썼다면? 그 결과가 더 참혹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 서평사건(?)이 지나고 나서, 팀 선배가 쓴 학술서적에 대해 서평을 썼다. 한참 뒤에 어떤 선배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진작 이렇게 좀 쓰지 그랬어.”
서평을 쓰는 것은 참 어렵다. 언론고시생들의 스터디그룹 단골 종목이기도 한 서평은 준비생 입장에서도 귀찮고 어려운 일이지만, 현업 기자가 된 후에도 서평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잘 쓰는 버릇을 들여놔야 한다.
서평을 쓰는 양식이나 스타일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를 권한다. 책 내용을 요약하는 등 기록을 위한 기록으로 남기지 말고, 한 편의 내 작품으로 써보는 것이다. 이 때 수험장에서 답안지에 쓸 수 있을 법한 인용문구는 별도의 수첩에 적어놓는 습관이 필요하다. 자신의 머리만을 믿고 책의 감상을 적지 않는다면, 답안지의 깊이도 떨어질 위험이 높다.
서평은 유혹과 맥을 같이 한다. 서평을 읽고 독자가 책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서를 널리 알리는 것 역시 신문 북섹션의 주요 임무라는 점에서, 서평의 수준은 신문의 수준과 직결된다. 실제로 교보문고 같은 큰 서점에 가면 주요 일간지들의 서평을 스크랩해 놨다. 한 주간 나온 책들에 대해 미리 맛을 보고, 책에 대한 기대를 키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언론고시 준비생의 서평은 어때야 할까. 책을 읽은 감상이 내 답안지에서 어떻게 묻어날 수 있는지, 내가 읽은 책을 어떻게 소화하고 글로 풀어내야 심사위원을 유혹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답이 쉽다.
고고한 서평을 ‘유혹’이라고 해 놓고 막상 글을 쓰려니 조심스럽다. 이제 내 서평을 써야 할 차례다. 어떻게 유혹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