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철 미디어사업부장] 한민족의 최대 명절. 설을 맞이하러 어린 자식을 데리고 서울에서 400km 이상 떨어진 고향으로 향했다. 차로 5시간 반. 요즘은 도로 사정이 좋아서 인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설인지 추석인지 헷갈릴 정도로 날씨마저도 봄날처럼 따뜻했다. 고향 가는 길은 마치 좋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늘 설렌다.
상쾌한 바다 냄새 물신 풍기는 고향에 도착하니 어머니 품처럼 아늑한 느낌이었다. 어머니의 음식도 언제나 그랬듯 맛이 있었다. 나를 쏙 빼닮은 네 살 배기 아들 녀석도 할머니 음식이 맘에 드는지 아버지와 경쟁하듯 열심히 먹어댔다.
과유불급. 다음날 아들 녀석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열이 났고, 제대로 먹지도 못 했다. 긴 여행에 갑자기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급체를 했던 모양이다. 예전 같으면 손을 따고 말았겠지만 최근 AI에 신종플루도 다시 유행이라는 언론보도가 생각나 곧바로 병원을 찾았다.
응급실을 먼저 이용한 데다 검사에 입원까지 해야 했다. 다행히 진료를 받은 아들은 별 탈이 없이 나아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러다 이내 눈앞이 아득해 지는 걸 느껴야 했다. 진료비 내역서를 보니 예상했던 대로 병원비가 수십만 원이 나와 있었던 것이다.
아내는 찡그린 표정하나 짓지 않고 병원에 진료비를 지불하고 나왔다. 오히려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병원비가 너무 많이 나온 거 아냐?”라고 묻자 아내는 괜찮단다. “이럴 때 혜택 받으려고 보험(실손보험)에 가입했잖아요. 보험사에 청구하면 거의 돌려받을 수 있어요.”
2010년도 아들 녀석이 태어나던 해에 가입했던 실손의료보험, 평소 병원과 친하게 지내지 않은 덕에 보험료를 꾸준하게 내고 있었지만 보상을 받았던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아들의 급체에 실손보험 덕을 톡톡히 봤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이야 이번 응급실비용을 충당할 수 있지만 은퇴 후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노인들이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것.
이번 경험을 통해서 실손의료보험의 필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가벼운 정신질환까지 보장이 될 수도 있다는데, 보험 가입자로서 소비자들에게 실익이 많은 방향으로 보장확대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