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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가 되세요”..보험사들, 왜 말을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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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February 08, 2017, 06:02:00

[정재혁의 보험으로 세상보기] KB생명 금융인턴 문제로 본 ‘2030 보험설계사’ 채용 행태
삼성생명, “종합금융전문가조직” 강조하며 손짓..한화생명·알리안츠생명은 대조 이뤄

[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삼성생명은 한국에서 가장 큰 보험사이고 KB생명은 작은 회사인데, 두 회사를 거론하면서 왜 KB생명의 사례만 집중적으로 부각했을까?'

지난 주 JTBC에서 보험업계를 비판하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보험사들이 금융 인턴 명목으로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을 선발한 뒤 이들에게 보험 영업을 시킨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보도에서는 두 회사가 거론됐습니다. 하나는 업계 1등 삼성생명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중소형 KB생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보도의 비중은 KB생명 쪽이 압도적으로 컸습니다. 삼성생명과 관련한 내용은 "사실상 젊은 대졸 보험설계사를 모집하기 위한 이런 인턴 프로그램은 삼성생명 등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라는 한 줄이 전부.

'비슷한 잘못을 한 것 같은데, 왜 작은 회사만 집중적으로 부각했지?' 궁금함을 이기지 못 하고 '한 발 더'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KB생명 쪽에 취재를 하니 KB생명은 영업지점이 본사의 허가 없이 자체적으로 인턴을 채용해 물의를 일으키게 됐다고 설명해 줬습니다. 그러면서 KB생명 측은 "우리가 무조건 잘못했지요. 시정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을 내놓더군요. 싱거웠습니다.

다음은 삼성생명.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대부분 "회사의 기밀사항이라 알려줄 수 없습니다."였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직접 찾아보는 수밖에요. 굳이 답변을 듣지 않아도 삼성생명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삼성생명은 KB생명처럼 영업지점이 아니라 본사가 직접 20·30대를 상대로 '금융전문가 과정'의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있더군요. 영업 조직인 유니브(Univ) 사업부를 통해 '취업준비생들을 종합금융전문가로 키워주겠다'는 명목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KB생명의 경우처럼 지점이 아니라 본사가 직접 모집을 하면 문제가 없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삼성생명의 모집공고를 들여다보면, 어디에도 ‘보험설계사’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원자가 직무를 혼동할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공고에서는 금융전문가라는 말과 함께 '삼성생명 SFP'라는 회사의 자체 용어로 설계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에 대해 문외한인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이 이걸 보고 자신이 수행해야할 업무가 '보험영업'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JTBC가 비판한 KB생명의 경우와 마찬가지인 거지요.

실제로, 인턴을 준비 중인 한 대학생은 “인터넷 대형 취업 카페의 인턴공고 게시판에 삼성생명 유니브사업부의 채용 공고가 올라와있다”며 “채용공고만 봐서는 이것이 보험설계사를 채용하는 것인지 일반 직원을 뽑는 것인지 분간이 잘 안 된다”고 혼란스러워 했습니다.

물론 다른 보험사들도 알아봤습니다. 삼성화재는 ‘청년금융체험단’이란 이름으로 대학생과 졸업생들에게 인턴십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젊은 보험 설계사를 확보하는 게 목적입니다. 단, 이 회사는 모집공고에 임직원 채용이 아니라 설계사(보험컨설턴트)를 모집한다는 사실을 비교적 뚜렷하게 명시해 놨습니다.(글씨가 조금 작기는 합니다.)

메리츠화재도 ‘MFC’라는 영업조직을 통해 ‘금융전문가과정’ 인턴십을 제공하고 있는데, 메리츠화재 관계자에 따르면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KB생명과 비슷한 경우인데, 바람직해 보인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삼성생명과는 비할 바가 되지 못 할 것 같습니다.  

보험사들은 왜 보험설계사라는 적확한 표현을 쓰지 않고 금융전문가라는 애매한 말로 지원자들을 혼란스럽게 할까요.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일종의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말합니다. 나쁜 의도는 없다는 것이지요.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라는 말은 젊은 층에게 굉장히 구식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더 많은 지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세련된 표현을 쓰다 보니 이런 일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삼성생명 출신 보험설계사 중에서는 다른 의견을 내놓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전략이 단순히 지원자들을 늘리려는 ‘선의의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2030 설계사 채용 자체가 일종의 영업이기도 하다”면서 “이들이 설계사로 오래 남아있으면 더 좋겠지만, 금방 그만두고 나가더라도 짧게 일하는 사이에 지인 영업 등으로 회사 매출을 올려주고 나가기 때문에 회사는 손해볼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나름 정직(?)하게 젊은 인력들을 채용하는 보험사들도 있어 대조를 이룹니다. 한화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그 주인공입니다. 

한화생명은 ‘트라이(TRI)’라고 하는 20대 영업 조직을 갖추고 있는데요. 현재 소속 인원이 49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한화생명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 차원에서 젊은 보험설계사를 모집할 때 반드시 설계사 직임을 명시하도록 강조한다고 합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곳은 알리안츠생명이었습니다. 알리안츠생명은 ‘i-PA’라고 하는 소수정예 영업조직을 통해 젊은 설계사들을 뽑고 있는데요. 이곳은 모집공고를 통해 '금융전문가'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면 잘못된 게 아니냐고 반문하시겠지요? 

그런데 다른 보험사들과 차이가 나는 건 i-PA 조직은 실제로 금융전문가에 가까운 사람을 키우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1년차 설계사들에게 ‘재무설계보고서’를 1주일에 두 차례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재무설계보고서에는 설계사가 해당 고객에게 어떤 상품을 권유했고,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근거가 상세히 담겨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단순히 보험 상품을 많이 팔아오는 것만 강조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밖에도 다양한 커리큘럼을 통해 전문적인 금융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교육해주고 있답니다.

현재 i-PA에서 1년 넘게 활동 중인 한 i-PA는 “실적에 대한 압박이 크지 않는데도, 영업 성과는 잘 나오고 있다”면서 “회사에서 멀리 보고 제대로 된 금융전문가를 키우려는 의지가 보여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생명보험업계에서 알리안츠생명의 규모는 삼성생명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됩니다. JTBC 보도의 주인공이 된 KB생명도 마찬가지인데요. "잘하고 있는 일은 주목받지 못 하고, 잘못하고 있는 작은 보험사만 부각되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온다"고 말한 한 설계사의 푸념이 귓가에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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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혁 기자 jjh27@inthenews.co.kr


[C-레벨 터치]치킨 3위 교촌…허니시리즈 만든 송종화 ‘절박함’ 통할까

[C-레벨 터치]치킨 3위 교촌…허니시리즈 만든 송종화 ‘절박함’ 통할까

2024.04.25 07:00:00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치킨업계 1위를 지켜온 교촌치킨의 성장세가 멈췄습니다. 적극적인 출점과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bhc, BBQ와 대비되는 흐름에 본업 경쟁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교촌은 '허니시리즈의 아버지' 송종화 대표 체제에서 올해 새판 짜기에 돌입합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업계 매출 순위가 뒤바뀌었습니다. bhc 매출이 전년보다 5.5% 증가한 5356억원으로 교촌치킨을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치킨 3사 중 유일하게 매출 5000억원을 넘겼습니다. BBQ는 지난해 매출이 12.8% 증가한 4732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2년 연속 500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만 역성장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44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 줄었습니다. 2014년부터 8년간 이어온 국내 치킨프렌차이즈 업계 선두 자리를 bhc에 뺏겼고 BBQ에 2위 자리마저 내줬습니다. 3위로 내려앉았지만 이유는 있습니다. 교촌은 외연 확장보다 내실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교촌에프앤비입니다. 영업이익이 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늘었습니다. 1년 사이 3배 급증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1.7%에서 5.6%로 3.9%p 끌어올렸습니다. bhc와 BBQ의 영업이익은 각각 1203억원, 553억원으로 전년보다 15.2%, 13.7% 줄었습니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당초 가맹점 확장 전략을 추구했다면 매출이 큰 폭으로 올라 업계 순위 회복이 어렵지 않았겠지만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가맹점 수익이 우선이라는 권 회장 경영철학을 2023년 실적에서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가맹점 및 파트너사와 상생 협력 관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점포당 점주 매출은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2022년 교촌치킨 가맹점의 전국 평균매출액은 7억5000만원으로 bhc(6억원), BBQ(4억3000만원)보다 높습니다. 0%대 폐점률도 이를 입증합니다. 다만 가맹점주 수익성 보전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외형 성장이 더뎠고 매출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경쟁사들이 수십 개 이상 매장을 낼 때 교촌에프앤비의 신규 출점 매장은 10개에 불과했습니다. 전국 가맹점 수(2022년)에서도 교촌에프앤비(1365개)는 BBQ(2041개), bhc(1991개)와 차이가 큽니다. 특히 치킨 가격 인상을 주도한다는 점이 매출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교촌은 2018년 업계 최초로 배달비를 도입했고 이는 요식업계 전체 배달비 유료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촌은 지난해 4월에도 주요 메뉴 가격을 나홀로 최대 3000원 인상하며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았습니다. 경쟁사 대비 부족한 히트 상품도 보완 과제로 언급됩니다. 교촌의 인기 제품으로는 1991년 간장치킨(교촌시리즈)을 시작으로 2004년 레드시리즈, 2010년 허니시리즈 등이 손꼽힙니다. 허니시리즈 이후 15년 가까이 꾸준히 신제품을 내고 있으나 히트작으로 불릴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2020년 24가지 재료로 완성한 불맛을 강조하며 선보인 '교촌신화'는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2년 뒤인 2022년 7월 단종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같은달 블랙시크릿을 출시하며 5가지 향신료로 만든 이국적인 치킨 콘셉트를 앞세웠고 콤보 출시, 시식단 모집 등 마케팅을 강화했습니다. 블랙시크릿은 지난해 1월 출시 약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0만마리를 돌파하며 가능성을 보였으나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교촌에프앤비 입장에서는 허니시리즈를 이어 매출 증대와 신규 고객 창출을 견인할 인기 제품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는 송종화 부회장을 교촌의 새 사령탑으로 임명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교촌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송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교촌에프앤비 총괄상무 및 사장으로 재직한 전문경영인입니다. 지난해 9월 부회장으로 11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가라앉은 치킨 프렌차이즈 시장 위기를 극복하고 교촌치킨을 치킨 선두 브랜드로 올리는 데 기여한 프렌차이즈 전문가로 평가받습니다. 임원 재직 당시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주도했습니다. 2010년에는 교촌의 효자 상품인 '허니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허니시리즈는 후라이드와 양념으로 대표되던 치킨 시장에 꿀을 활용해 상품화에 성공했습니다. 치킨 고객층을 아이와 여성들까지 넓히는 첨병 역할을 했습니다. 2014년에는 허니시리즈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신장하며 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0%, 63% 증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교촌은 신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모앙새입니다. 이마트와 협력해 자사 소스를 상품화한 K1 핫소스를 출시하며 소스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해 6월에는 이태원에 '치킨 오마카세' 닭요리 전문점 교촌필방을 열었습니다. 올초에도 여의도에 메밀 한식주점 '메밀단편'을 론칭하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촌의 신사업 시도는 매출 부진과 맞물리며 본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그룹 성장의 전기를 마련한 송 대표 체제에서 재도약을 도모한다는 계획입니다. 송 대표는 국내가맹사업과 신성장사업, 해외사업, 각 계열사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송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경기위축과 소비침체 등 회사 안팎의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며 "지속적 경영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해 교촌을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일에 열정을 바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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