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조성원 기자] 2017년의 두번째 달이 시작된 한 주입니다. 설 연휴가 끝난 직후라 그런지 조금은 차분한(혹은 지친?)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저마다의 사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한 주를 보내신 분들도 많을 줄 압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리하여 [나·혼·다]는 이런 분위기를 적극 반영해서 늘 해오던 대로 진행하려 합니다. 어쩌면 저처럼 그냥 일하는 한 주를 보내는 분들에게 더 맞는 내용일 수도 있겠군요. 간만에 [나 혼자 먹는다]입니다.
얼마 전 CJ제일제당은 냉장 컵면 신제품 5종을 출시했습니다. ‘정통 면 요리를 간편하게 즐기는’ 콘셉트로, 특히 면 자체에 초점을 맞춰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가격은 각 2600원인 5가지를 다 먹어봤습니다(두둥!).
첫 번째 주자로 국물면 제품인 ‘얼큰육개장면(180.5g, 359kcal)’을 골랐습니다. ‘양지 육수, 풍성한 건더기, 고추다진양념으로 얼큰한 맛!’이란 문구가 적혀있군요. 면과 건더기 스프, 소스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후 전자레인지에 3분 30초에서 4분 정도 돌립니다.
국물을 먼저 맛볼까요. 진짜 ‘육개장’보단 비슷한 조리법을 가진 간편식 육개장 제품 맛에 더 가깝습니다. 본 제품도 간편식이니 흠이라 보긴 어렵겠습니다만. 면은 어찌나 탱글탱글한지 입 안에서 팝핀댄스를 추는 듯 한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생면 제품보단 씹는 맛이 살아있군요.
아쉬운 건 건더기입니다. 제가 불량품을 산건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젓가락질을 해도 걸리는 건 면 뿐입니다. ‘풍성한 건더기!’를 강조했는데, 제 생각에 만드시는 분들이 생산 공정에 들어가기 전 각종 소지품과 함께 양심까지 사물함에 같이 넣어 두고 작업하신 것 같군요.
두 번째로는 같은 국물면 제품인 ‘얼큰짬뽕(181.7g, 368kcal)’입니다. ‘풍성한 건더기, 고추다진 양념으로 얼큰한 맛!’이라고 하는군요. 육개장면과 조리방법은 동일합니다.
마찬가지로 국물을 먼저 맛봅니다. 일반 ‘짬뽕라면’들에 비해 한결 진짜 음식점 짬뽕에 가까운 맛입니다. 면도 적절히 탄력 있는데다, 육개장면보다 면과 국물의 궁합이 좋습니다. 어쩌면 이건 원래 면 요리인 짬뽕에 익숙하고 육개장+면 조합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제 입맛 탓일 수도 있겠지만요.
두 국물면 제품 모두 건더기의 풍성함을 강조했는데, 얼큰짬뽕은 육개장면처럼 비참한 수준은 결코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절대 풍성하지도 않습니다. 시중 봉지라면만 해도 이만큼은 되거나 이보다 더 괜찮은 제품들도 많죠.
다음으로 짬뽕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짜장제품입니다. ‘정통중화짜장면(194g, 444kcal)'으로 ’정통중화방식으로 볶아낸 진한 짜장소스의 맛’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면과 건더기 스프에 끓는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데운 후 짜장소스와 별첨된 향미유를 넣고 비비면 완성됩니다.
전체적으로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이른바 ‘프리미엄’ 짜장 라면과 흡사한 맛입니다. 맛만으로 따진다면 굳이 1000원 이상의 값을 더 치르고 이 제품을 사야 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고찰을 요구하는군요.
건더기는 위에 두 국물면 제품들에 비해 오히려 이 쪽이 더 풍성하고, 면의 쫄깃함도 즐길만한 수준입니다. 양이 좀 아쉬운데, 제가 비록 술자리도 아닌 식사를 2차 3차까지 즐기던 예전만은 못합니다만 이 제품은 한 끼 식사대용으론 좀 모자란 감이 있습니다. 국물면이야 국물이 있으니 밥이라도 말아먹을 수 있겠지만요.
네 번째 주자는 ‘철판볶음면(179.3g, 384kcal)’입니다. ‘베트남초, 오징어, 가쓰오부시 정통 철판볶음면의 맛’이란 설명입니다. 면, 건더기 스프, 소스, 향미유에 가쓰오부시까지, 내용물이 제일 많은 제품입니다.
가쓰오부시라. 기대감에 스프를 먼저 열어 확인해 보니 그냥 가루입니다. 전 또 혹시나 다 조리된 제품 위에 뿌려 열기에 살포시 가라앉는 넓적한 비주얼을 기대했는데 말이죠. 뭐 맛만 있다면 용서(?)하겠습니다.
짜장면과 동일하게 면과 건더기를 먼저 익힌 후 소스와 향미유, 가쓰오부시를 넣어 잘 비벼줍니다. 익숙한 매운맛의 볶음면인데, 첨가된 가쓰오부시의 풍미가 향과 맛에서 은근히 배어 나오는 것이 만족스럽습니다. 처음보단 조금씩 먹을수록 서서히 올라오는 매운맛도 매력 있군요.
오징어 등 건더기도 씹을게 많은 편입니다. 면 또한 쫄깃함이 느껴지는데, 이 정도 먹어보니 일단 ‘건더기’는 정작 포인트를 준 국물면 제품보단 다른 제품들이 훨씬 실하고, 면도 국물이 없는 쪽이 소스와 궁합도 잘 맞는 느낌이군요.
이제 마지막으로 ‘스윗토마토 스파게티(264g, 428kcal)’를 만나봅니다. ‘상큼한 토마토소스와 맛있는 시즈닝으로 풍미 UP!’이랍니다. 시즈닝이 뭔가 싶어 또 먼저 열어보니 어쩐지 L데리아에서 파는 ‘양념감자’ 제품에 뿌려먹는 그것이 떠오르는군요.
면만 뜨거운 물을 붓고 레인지에 1분 30초에서 2분간 돌린 후 물을 따라내고 소스와 시즈닝을 넣어 비빕니다. 맛을 보니 어쩐지 예전 일터에서 친하게 지낸 한 여성 동료가 떠오르는군요. 소개팅을 꽤 자주 했던 그녀에게 상대방에 대해 물어보면 이런 대답이 돌아오곤 했죠. “평범해요.”
정말 평범 그 자쳅니다. 철판 볶음면의 가쓰오부시와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한 시즈닝도 특색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면이라도 콧등치기 국수 먹는 마냥 탱글탱글하면 좋겠지만 앞서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그 정도는 아니고요.
시중에 파는 기존 간편 토마토소스 스파게티 제품을 떠올려 봐도 이 제품만의 메리트가 없어요. 만드신 분들이 뮤지션 옥상달빛의 팬이지 않을까 합니다. ‘없는 게 메리트’가 대표곡이죠.
총평입니다. 먼저 얼큰육개장면은 기존 육개장 간편식 제품의 맛에 씹는 맛은 좋은 면을 더했지만, 정작 포인트로 강조한 건더기가 할 말이 없게 만듭니다. 별점은 ★★☆.
얼큰짬뽕은 음식점 짬뽕 국물의 맛을 그럴듯하게 구현했고 면과 국물도 조화로워 앞선 국물면 형제의 부진을 만회합니다. 별점은 ★★★☆. 정통중화짜장면은 건더기가 실한 편이지만 시중 프리미엄 짜장 라면 제품들과 비슷한 맛입니다. 별점은 ★★☆.
철판볶음면은 익숙한 매운 볶음면 맛에 가쓰오부시의 은근한 풍미가 매력적입니다. 별점은 ★★★☆. 마지막 스윗토마토 스파게티는 너무 평범하고 무난해서 특색을 찾기 어렵습니다. 별점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