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 국산 중형차인 소나타 차주 A씨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를 하다가 옆에 세워진 벤츠 E클래스와 살짝 부딪쳤다. 차에서 내려 확인해보니 범퍼에 긁힌 자국이 있었다. 벤츠 E클래스 차주는 범퍼를 교체해야 한다며 거액의 수리비를 요구했다. A씨가 가입한 보험사는 범퍼 교체 수리비로 375만원을 지급했고, A씨는 사고 할증에 이어 물적사고초과로 보험료도 5만원 추가 할증됐다.
오는 7월 1일부터 가벼운 접촉사고로 인한 범퍼 긁힘 등은 자동차보험에서 교체 비용 대신 복원 수리비용을 지급한다. 앞으로 현행 경미한 사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 규모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자동차의 기능과 안정성에 문제가 없어도 무조건 새 부품으로 교체하는 등 사회적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에서다.
30일 금융감독원은 '고가차량 관련 자동차보험 합리화 방안'의 후속조치로 '경미한 손상은 복원수리만 지급'하도록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한다고 30일 밝혔다.
◇ 사고차량 10대 중 7대는 범퍼 교체..“과잉 수리 관행 문제“
우리나라는 가벼운 접촉사고로 범퍼 긁힘 등 간단한 복원수리가 가능한 데도 범퍼 교체율이 높은 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사고 발생 시 범퍼 교체율은 70%에 달해 10대 중 7대는 범퍼를 바꾸는 셈이다.
또 경미손상에 대한 수리비 지급기준이 없어 피해자와 정비업체의 불합리한 부품 교체 요구 사례가 빈발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과도한 자동차 수리비와 렌트비 지급으로 보험료 산출의 기준인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돼 보험료 인상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매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12년 83.4%에서 2013년 86.8%로 올랐고, 2014년 88.4%, 2015년 87.7%로 90%에 육박하고 있다. 업계에서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5%로 보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전체 자동차 사고 중 100만원 이하 소액 사고가 약 2300만건(68.8%)으로 이 중 상당수는 경미한 손상임에도 범퍼 등을 새 부품으로 교체한 것으로 추정된다.
◇ 경미한 사고 보험금 지급 어떻게 달라지나?
금감원이 발표한 경미한 사고에 해당하는 유형은 코팅 손상, 색상 손상, 긁힘과 찍힘 등이다. 자동차의 기능과 안정성을 고려할 때 부품교체 없이 외관상 복원이 가능한 손상을 의미한다.
가령, 투명 코팅막만 벗겨진 도막손상이나 코팅막과 도장막(색상)이 동시에 손상되는 경우를 말한다. 또 긁히거나 찍혀 도장막과 함께 범퍼소재의 일부가 손상되는 것도 경미한 사고에 해당된다.
금감원은 그동안 10개월 가량 연구용역과 성능·충돌실험(보험개발원, 교통안전공단)등을 통해 경미한 손상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기준을 마련했다. 다만, 경미한 사고일지라도 범퍼 내부의 브라켓, 레일 등이 파손돼 자동차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는 교체 보험금이 지급된다.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 규모가 줄어들면 운전자의 보험료 할증 부담도 완화될 전망이다. 예컨대, 현재 외산차의 범퍼 교체가격은 300만원 내외다. 공임비까지 더하면 교체 비용으로 375만원의 보험료가 지급되는데, 이 경우 사고 할증(사고 1회 15만원)에 물적사고 할증기준금액(200만원)을 초과해 5만원이 할증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교체 비용 대신 복원 수리비 75만원만 지급하면 돼 물적사고로 인한 보험료 추가 할증이 되지 않는다. 지금보다 약 5만원 가량 보험료 인하 효과가 있는 셈이다.
권순찬 금감원 보험담당 부원장보는 “과잉 수리 관행이 개선되면 불필요한 부품교체로 인한 폐기부품 발생이 덜하고, 일부 문제로 지적됐던 수리비 편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는 7월 1일부이후 계약자와 갱신 계약자는 자차와 대물배상 때 경미한 범퍼 손상은 복원 수리비만 지급하도록 바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