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만약 지금 추세대로 손해율이 114%를 계속 유지한다면 10년 내에 실손보험료는 2배 이상 급등할 수 있습니다.”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급등으로 인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 중인 가운데, 상품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비급여 항목 중 손해율이 높은 부분을 따로 특약으로 분리해 기본형과 선택 특약형 구조로 개선돼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주제 발표를 통해 “실손보험은 현재 약 3200만명이 가입하고 있는 상품으로 비급여 부분의 도덕적 해이와 과잉 진료 등으로 인해 손해율이 급등하고 보험료 인상이라는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실손의료보험에서 비급여 의료비의 급속한 증가가 실손보험 제도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령, 도수치료, 고주파 열치료술, 레이저치료 등의 비급여 진료 항목에 포함된다. 실제로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중 비급여 비중은 절반 이상으로 지급비율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지급보험금 중 비급여 비중은 2012년 67.2%에서 2013년 68%를 기록했고, 2014년 68.6%로 늘었다. 같은 기간 손해율도 크게 올랐다.
받은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모두 제했을 때 손해율은 지난 2012년과 2013년 각각 100.2%, 108.9%를 기록, 2014년 121.4%로 치솟았고, 2015년에도 123.6%를 기록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같은 지속적인 손해율 악화는 보험료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만약 지금 추세대로 손해율이 114%를 계속 유지한다면 10년 내에 실손보험료는 2배 이상 급등할 수 있다”며 “이 경우 4인 가족 기준 월 보험료 10만6000원이 21만6000원까지 오를 수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현재 표준화된 실손보험 보장 구조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지금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실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것과 상관없이 공동으로 보험료를 분담하는 구조다”며 “특정 가입자가 고가 도수치료 등 의료 서비스를 과다 이용할 경우 모든 실손가입자의 보험료가 인상되는 방식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의료쇼핑을 하는 소비자의 비용을 대부분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중 보험금 수령 비율은 23.2%에 불과하다. 나머지 83.4%는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거나 100만원 이하의 보험금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 연구위원은 실손보험 상품과 보험료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손보험 상품을 기본형과 별도의 선택 특약형을 구분하는 방식과 개인별 보험료 차등 부과하는 방식 두 가지를 제안했다.
우선 당국에서 제안한 방식과 유사한 구조인 기본형과 선택 특약형은 과잉진료가 우려되는 일부 비급여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하자는 의견이다. 가령, 도수치료와 고주파 열치료술, 자세교정 등 과잉진료가 우려되거나 비급여비율이 매우 높은 항목을 특약으로 분류해 가입자가 보장범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과잉진료의 유발 우려가 큰 비급여 항목은 보장 치료 횟수를 줄이거나 보장금액을 제한 또는 자기부담을 비율을 확대하는 등의 방식도 제안했다. 대신, 상급병실료나 한방, 치과 등의 소비자가 원하는 비급여 항목은 별도 특약형으로 구분해 보장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내놓았다.
정 연구위원은 실손보험 가입자 중 무사고자와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은 경우 보험료 할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의 BUPA의 경우 'No Claims Discoung'라는 제도를 통해 매년 계약자별로 보험금 지급실적에 따라 갱신보험료를 할인해준다”며 “계약자에 지급한 보험금 규모에 따라 할인율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계약전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존 가입자가 새로운 실손 상품으로 전환하거나, 나이가 들어 노후실손보험으로 갈아탈 경우 별도의 심사 없이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단독형 실손보험 판매를 활성화해 소비자의 불필요한 보험료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비급여 의료 명칭과 코드를 표준화해 진료비 세부내역서 표준서식을 마련해볼 만하다고 제시했다. 정 연구위원은 “실손보험 비급여 의료비 지급 기준을 마련하고, 가입자가 쉽게 의료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과 보험사간 온라인 청구시스템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