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진솔 기자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마지막 남은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까지 내려놓으며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습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정몽구 명예회장은 다음 달 24일 열리는 현대모비스(대표 정의선 박정국)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날 예정입니다. 사내이사 임기 만료는 내년 3월이지만 이미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지휘봉을 넘겨준 상황이라 내년까지 유지하지 않고 물러나기로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모비스는 주총에서 정몽구 명예회장 사임으로 비게 되는 사내이사 자리에 고영석 연구개발(R&D) 기획운영실장(상무)을 추천했습니다. 직급보다 전문성을 고려한다는 취지입니다. 처음으로 상무급 임원이 사내이사로 추천됐습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이번 현대모비스 주총을 끝으로 마지막 남은 등기이사직까지 내려놓으며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2월 현대자동차(대표 정의선 하언태) 이사회는 정몽구 명예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습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지난해 3월 현대차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21년 만에 이사회 의장직을 정의선 당시 그룹 수석부회장에게 넘겨줬습니다.
이후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차 미등기임원과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만 유지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그룹 회장직도 아들에게 물려주고 명예회장으로 추대됐습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당시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직도 함께 내려놨습니다. 앞서 2014년에는 현대제철(대표 안동일) 이사직에서, 2018년에는 현대건설(대표 이원우) 이사직에서 각각 물러났습니다.
재계 안팎에서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이번에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더라도 현대차 미등기임원과 현대모비스 미등기임원직은 유지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미 현대차그룹 운전대가 정의선 회장에게 넘어온 만큼 별다른 영향은 사실상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1938년생인 정몽구 명예회장은 세계 5위의 자동차 그룹을 일군 ‘승부사’로 불립니다. 1998년 현대차 회장에 이어 1999년 3월 이사회 의장에까지 오르며 작은아버지인 정세영 전 현대차 명예회장 대신 회사 경영권을 장악했습니다.
이듬해인 2000년에는 동생인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과 ‘적통’ 자리를 두고 ‘왕자의 난’을 벌인 끝에 현대차 계열 회사만 들고나와 홀로서기를 했습니다. 현대그룹 분리 당시에는 삼성과 현대, LG, SK에 이은 재계 5위였지만 현재 현대차그룹은 삼성에 이은 2위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몽구 명예회장은 20여 년간 회사를 이끌며 ‘품질 경영’과 ‘현장 경영’이라는 키워드를 남겼습니다. 그룹 연구·개발(R&D) 총본산인 남양연구소를 설립해 핵심 기술을 확보했고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헌액되기도 했습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2016년 12월 최서원(개명전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후로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80대에 접어들면서는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7월 중순 대장 게실염으로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하면서 한때 건강 이상설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염증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해 입원 4개월여만인 지난해 11월 말 퇴원해 한남동 자택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