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나운서 준비생들의 화제는 단연 KBS다. 지난해 3월 공채 이후 아무 소식이 없는 KBS가 올가을 채용 공고를 낼 거라는 소문이 돌면서 많은 이들이 설렌다. 특히 요 며칠, 지역사 현직 아나운서로 일하는 학생들의 전화를 자주 받았다. 아나운서라는 꿈을 이룬 그들에게도 서울 3사 입성은 여전히 간절한 목표! ‘KBS 가을 공채설’의 진위 여부, 지역사와 서울 3사 아나운서 선발기준의 차이를 묻는 질문이 많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물론 ‘모른다’지만, 두 번째 질문에 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꽤 있다.
지역사는 지원자의 ‘현재’를 보는 반면 서울 3사는 ‘미래’를 더욱 중점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세공이 끝난 보석과 돌멩이에 가까운 원석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방송 인력이 많지 않은 지역 방송사들은 당장 오늘이라도 방송에 투입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편이다. 즉,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보다 현재의 다듬어진 이미지와 능숙한 오디오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지역사 아나운서들은 뉴스부터 MC, DJ, 내레이션, 광고물 더빙, 내·외부 행사까지 모두 소화해내야 하므로 당장 어떤 원고를 가져와도 문제없는 ‘팔방미인’일수록 좋다.
예컨대 나는 지역 MBC 근무 시절, 단 하루에 7가지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적이 있다. 총 5명이 근무하는 아나운서실에서 한 명은 휴가를 떠나고, 두 명이 본사 아나운서 회의 참석, 다른 한 명도 특집 진행으로 출장을 가게 되자 남은 사람은 나 하나. 아침 7시 TV뉴스부터 저녁 9시 TV뉴스까지, 혼자서 ‘뉴스하고, 라디오하고, 녹음하고….’ 그야말로 ‘1인 방송’을 한 적이 있다. TV를 켜나, 라디오를 트나 하루 종일 똑같은 목소리만 들어야했던 지역민들에게도 다분히 지루하고 피곤한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음날 본사 회의에 다녀온 선배들 말에 따르면 다른 지역 MBC에도 혼자 남아 모든 방송을 맡은 신입 아나운서가 있었다고 했다.
반면 서울 3사는 방송 인력이 충분한 데다 제작하는 프로그램들도 다양하다. 뉴스 못하는 아나운서는 MC를 시키면 되고, MC도 안 되면 DJ만 맡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신입 교육에 투자할 시간과 인력도 많다보니 오디오에 있어 아마추어 냄새가 팍팍 나는 지원자도 얼마든지 합격이 가능하다. 선천적인 발음 장애, 목소리 자체의 큰 문제가 없는 한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일정 수준의 진행 능력은 갖추게 된다. 프로 아나운서다운 이미지 또한 전문가의 손길로 금방 만들어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발전 가능성, 방송가에서 이슈화될 만한 특이사항을 중시하며 사람 자체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토익 5회 만점, 토익 스피킹 4회 만점, 전국 대학생 영어 말하기 대회 금상, EBS 영어 강사, 영어 학습 서적 3권 저술, 뮤지컬 배우 오디션 합격 등의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SBS 김주우 아나운서나 슈퍼모델 선발대회 입상 후 프로 모델로 활동했던 SBS 유혜영 아나운서, 전직 야구선수인 SBS 김환 아나운서,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해 ‘엄친딸’로 화제가 되었던 MBC 이진 아나운서, 전직 연기자에 주류 광고모델로 활동했던 MBC 양승은 아나운서 등을 떠올려보자. 지역사나 케이블의 현직 아나운서들이 총출동하는 서울 3사 시험인 만큼 당장의 오디오 실력만 보면 이들보다 월등한 지원자도 많았겠지만 결국 뛰어난 이미지, 잠재력, 이색 경력 등을 높히 인정받아 최종합격한 서울 3사의 아나운서들이다.
박은주 <나도 아나운서가 될 수 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