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강자영 기자] 지난주 금요일, 첫 월급을 받았다. 퇴근 전 가방 싸는 것도 잊은 채 현금 봉투로 건네받은 월급을 한참 손에 쥐고 있었다. 첫 월급의 감격을 충분히 느낄 새도 없이 인더뉴스의 신년회 겸 신입 기자 환영회에 참석했다. 2차, 3차 자리를 옮기는 동안 월급봉투가 든 가방을 꼭 붙들고 지키느라 진땀을 흘렸다.
결론은 무사 귀가. 다음 날 정신을 차리고 첫 월급 봉투에서 지폐를 꺼내 10원짜리 동전 하나하나까지 셌다. ‘내가 이 만큼의 몫을 해냈나?’ 생각을 하며 소중하게 집어 넣었다. 취업을 하고 꿈꾸던 기자가 됐다는 사실이 새삼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그리고, 4주차 마지막 날이다. 지난 한 달을 돌아보니 매일매일 길고 버거웠던 시간이 지금은 너무 쏜살같이 흘렀다는 느낌이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데 '보험'은 이상하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더 어려워진다. 구석기 시대부터 역사책을 읽어가는 느낌이 아니라 당장 빽빽한 연말정산서류를 작성해 내야 하는 막막함이라고나 할까.
선배가 업계 관계자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이해해 보려고 해도 마치 딴 세계에 온 것만 같았다. 그야말로 꿀 먹은 벙어리. 보험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고 질문이라도 한번 던지고 싶어도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어떡하면 입을 뗄 수 있을까’란 물음이 머리에 가득했다. 조금의 정적이 흐를 때면 몸 둘 바를 몰랐고 나름대로 적어간 종이만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해졌다.
매일 출퇴근 전후 기사를 검색해 보고한다. 업계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라 무엇이 중요한 기사인지 재빠르게 파악되지 않아 맨땅에 헤딩하기 일쑤다. 제시간에 끝내기 위해 더 일찍 나왔고 늦게 들어갔다. 안색이 안 좋아졌는지 얼굴이 딴사람 같다는 소리도 들었다.
기사 지적을 받고 혼날 때는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전화 목소리가 분명하지 않다고 혼도 났다. 메신저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지 않았다. 사적인 채팅만 해보았지 업무 커뮤니케이션은 어려웠다. 누락된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해 업무에 차질이 생긴 적도 있었고 엉뚱한 내 대답에 답답함을 느낀 선배가 바로 전화를 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초짜 기자에게 조언을 해주셨다. 어려운 보험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힌트도 받았다. “보험을 위에서부터 공부하는 것은 너무 어려워요. 몇 년을 종사해도 다 파악하기 어려운 게 보험입니다.”
오히려 아래서 거꾸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들었다. 소비자 민원부터 보상과 심사 등 역순으로 접근하는 거였다. 또 이론보다 기사를 많이 보고 업계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도 배웠다.
‘저축성 양로보험의 판매 추이’와 ‘국내 체류 외국인의 보험’. 이번 주는 두 건의 아이템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자료를 요청하고,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다 다시 자료를 요청하고….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오늘이 화요일인지 수요일인지.
결과적으로, 두 건 모두 ‘킬’. 그동안의 노력이 연기처럼 ‘펑’하고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부족함이 더 컸다. 사실 킬되지 않으면 안 되는 수준. 내 이름을 걸고, 인더뉴스의 이름을 걸고 실리는 기사는 신중해야 하니까.
‘오늘은 어제보다 나아지고 있나.’ 아침에 눈을 뜨면 스스로 늘 묻는다. “재미있어요?”라는 사람들의 질문에는 그저 미소를 짓는다. 아직 안갯속을 헤매는 느낌이다. 하지만, 더듬더듬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만큼은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