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재형 기자ㅣ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반포3주구)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곳은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입찰에 나선 가운데 이달 중 시공사 선정 총회가 예정됐는데요.
서울시에서 반포3주구를 ‘클린수주1호 사업장’으로 지정하고 입찰제안서 내용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있지만, 관련 시비가 날로 격화되는 양상입니다. 지난 1일에는 경쟁사의 입찰 조건을 왜곡하는 플래카드를 단지 내에 달았다가 서울시의 현장 제재를 받은 바 있는데요.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번에는 재건축을 위해 조달하는 사업비가 다시 말썽입니다. 삼성물산은 최근 단지 내에 “삼성, 사업비 대여 3조 vs 대우 7800억”이라고 경쟁사인 대우건설과 사업비 조건을 비교한 플래카드를 게재했습니다.
또 다른 플래카드에선 “삼성, 한도 없는 사업비 3조 가능! 일반사업비 0.6조 + 공사비 0.8조 + 사업활성화비 1.6조”라고 사업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광고 내용상 삼성물산이 반포3주구에 더 많은 사업비를 빌려주는 걸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삼성에서 대여한다는 이 ‘3조’의 근거가 입찰제안서에 없다는 게 일부 조합원들의 지적입니다.
한 조합원은 “삼성이 3조의 근거라고 밝힌 제안서 23p를 보면, ‘사업비 대여금액별 보증수수료 예시’로 ‘사업비가 3조원 들 때 수수료는 약 450억원이 발생한다’고 쓰여 있다”며 “즉, 사업비 얼마를 삼성에게 빌리면 수수료는 얼마나 발생하는지 ‘예시’를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삼성이 이 예시를 근거로 ‘사업비 3조를 빌려준다’고 홍보해도 되는 건지 의문이다. 이런 논리면 예시에 10조가 있으면 10조 빌려준다고 광고해도 된다는 거냐”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조합원은 “제안서에 조합 사업비 대여 항목을 보면 ‘총회의결에 따른 사업비 전체’라고만 적혀 있지 ‘사업활성화비 1.6조’ 얘기는 없었다. 플래카드에 나온 1.6조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 관련 규정에 따르면 시공사는 입찰제안서에 명시된 내용 내에서만 홍보를 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 주장처럼 플래카드의 액수가 제안서에 근거하지 않았다면 불법홍보로 관계 당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제안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조합이 총회에서 사업비 항목, 총액을 결정하면 삼성물산이 거기에 맞춰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제안했기 때문에, 총회가 열리기 전인 현재 어디에 얼마를 대여하겠다고 입찰제안서에 먼저 밝힐 수 없었다는 겁니다.
입찰제안서와 달리 플래카드에는 사업비 ‘3조’와 사업활성화비 ‘1.6조’ 등 대여금액을 구체적으로 밝힌 이유로는 예상되는 사업비용이 그 정도이며, 이는 삼성물산에서 HUG보증 없이 실제로 대여 가능한 범위라 액수를 밝혀 홍보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우리 제안의 요지는 ‘조합이 사업비를 어떤 규모로 결정하든 한도 없이 지정 금리로 조달 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공사비 8087억, 인허가 비용 등 사업비 5~6000억이 예상되고, 이외에 전세 보증금 지원, 금융비용 등이 포함된 사업활성화비가 1조원 이상 들 것으로 보여 총 3조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경쟁사인 대우건설은 이는 명백한 허위 홍보라고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삼성은 제안서에 밝힌 대로 ‘총회에서 의결한 사업비만큼 대여해준다’라고 홍보해야 하며, 제안서에 근거하지 않은 사업비 추산액이 뒤늦게 나와선 안 된다는 겁니다.
또 대우의 입찰제안서에 사업비 1조3000억원까지 조달한다고 밝혔는데 플래카드에 ‘7800억’이라고 축소한 것도 왜곡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서초구청 주거개선과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양사에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 과열 경쟁을 자제하고 관련 플래카드를 제거하라고 통보했다”며 “관련 민원이 계속 들어오는 만큼 연휴 이후 추가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