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라이프&스타일팀] 아내와 신세계 백화점에 가는 길이었다. 아내는 며칠 전부터 백화점에 갔다. 요새는 산전휴가에 들어가서 꽤 여유가 있다. 나 같으면 귀찮아서 시내에는 가지도 않을 법 한데, 아내는 꾸준히 백화점에서 아이쇼핑을 했다고 한다. 하나의 시그널이다. ‘뭐 하나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초보 유부남의 촉이다.
큰 마음을 먹고 아내에게 점퍼 하나를 사줬다. 패딩 점퍼가 이렇게 비싼 줄은 이날 처음 알았다. 회사 이벤트 할인을 좀 받아도 가격이 꽤 된다.(ㅠㅠ) 3개월 할부로 사줬다. 예의상(?) 걱정하는 아내에게 괜찮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머릿속은 다음달 카드값 계산으로 복잡하다. 아내가 출산을 하게 되면 사실상 외벌이 체제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출산 기간 동안 일부 월급이 고용보험에서 지급된다고 하지만, 얼마가 될지 언제 입금되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아내와 쇼핑을 좀 하고, 신세계 본점 신관 식당가에 왔다. 뭘 먹을지 정하는 것은 아내와 나의 주된 고민이다. 아내는 산전 휴가에 들어간 이후부터 부쩍 식사 메뉴에 관심이 생겼다. 아무래도 사회생활과 태교를 병행하던 정신없는 삶에서, 다소 한가한(?) 라이프로 돌아서니 세세한 것도 일상의 관심과 재미가 되는 모양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바싹 불고기(불고기를 바싹하게 익혀서 그런 이름이 나온 것 같다)’, 그리고 제육볶음 쌈밥을 시켰다. 바싹 불고기에만 손이 가면 어쩌나 했는데, 약간 특이한 제육볶음의 맛에 눈길이 갔다. 나는 제육볶음을 어릴 적부터 좋아해서, 제육볶음이 있는 음식점이 있으면 대부분 먹어보는 편이다. 구력 30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맛이라. 어쨌든 신기했다.
쌈을 싸서 아내에게 하나 주고 싶었는데 영 시큰둥해서 내가 먹었다. 아내는 내 건강을 늘 걱정한다. 술도 좋아하고, 운동은 싫어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그래서인지 내게 꼭 쌈을 싸서 고기를 먹으라고 채근한다. 오냐, 선심 쓰는 셈 치고 쌈을 싸서 먹었다.
그래도 아내가 고기를 조금은 더 좋아하게 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혼 전, 그리고 신혼 초기 아내는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장인어른이 우리 부부를 불러서 고기를 손수 구워주셔도, 아내는 그냥 몇 점 먹다가 채소 위주로 먹는 일이 많았다. 물론 건강에는 채식이 좋다지만, 옆에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래도 골고루 먹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가 불러오면서 기력이 딸리는지, 육류와 채소를 골고루 먹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근무 끝나고 저녁에 만났던 ‘반짝 쇼핑 데이트’는 2시간 만에 끝이 났다. 아내와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배가 좀 불러오니 아내에게 양보해 주는 아줌마들이 늘어났다. 감사할 뿐이다.
데이트 이어가기
우리 부부는 신세계 본점 신관 지하1층에 있는 <베키아 에 누보>에 갔다. 뉴욕치즈케이크와 커피를 마셨다. 백화점 식당가 내 커피숍인데도 주문 후 갖다 주는 점이 아주 좋다. 요즘에는 테이크아웃 커피숍이 보편화되면서, 서빙을 해 주는 ‘미풍양속’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신세계 본점 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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