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라이프&스타일팀] 아내는 시끄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많은 여자들이 그렇겠지만. 하지만 현실은 내가 생각한 방향과 거꾸로 흘러가는 것이 다반사다. 얼마전 아내도 그랬다. 간만에 백화점에 갔다고 했다. TV 드라마에 나오는 멋진 미시족들처럼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유럽풍의 분위기를 즐기려는 찰나, 옆 테이블에서는 교육문제로 만담을 나누는 학부모 모임이 있고, 다른 테이블에는 기저귀를 갈아대는 엄마가 있었단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고, 우리는 그 삶을 살아야 한다. 최근에 방문한 현대백화점 식당가도 어느 정도 도전이었다. 아내의 옷 하나를 사고, 9층 식당가로 갔다. 이곳은 그래도 사람이 한산하다. 가격이 비싸니깐. 당연하다. 우유를 얼려서 만들었다는 밀탑 빙수도, 스파게티와 피자를 파는 식당도 싫다고 한다. 중식, 한식 뷔페, 일식, 돈까스 모두 퇴자를 맞았다. 그래서 지하 푸드코트로 갔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4인 가족, 3인 가족이었다. 어떤 팀은 부모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왔다. 지하 푸드코트에서 밥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은 물론이고, 빈 자리를 찾아보는 것도 일이 된다.
쇼핑 때문에 백화점에 왔지만, 레스토랑에서처럼 분위기를 낼 수는 없을까. 결혼 이후 내가 고민하는 포인트 중 하나다. 기왕에 갈 거라면 재밌어야 아내도 기분이 좋을 것이다.
우선,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한 아내는 무조건 빨리 앉혀야 한다. 돌아다닐수록 짜증이 올라간다. 이후에는 메뉴를 물어본다. 때로는 아내가 메뉴를 고르고 나서 앉고 싶어 할 때가 있다. 이날도 역시 그랬다. 아내에게 메뉴를 고르게 하고, 호출기를 받아서 자리를 잽싸게 잡았다. 자리를 잡을 때에는 의자가 한 개만 있는 테이블을 찾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그리고 나서 의자를 하나 구해오는 것이 빠르다.
아내는 육개장이 먹고 싶다고 했고, 나는 돌솥비빔밥을 먹었다. 그리고 찹쌀 탕수육을 하나 시켰다. 원래 아내는 그리 식사량이 그리 많지 않았다. 임신 후에도 그리 많이 먹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임신 7개월부터는 분명히 식사량이 50% 이상 늘어났다. 아내의 식사량을 꾸준히 체크하고 있었던 덕분에 캐치했지만, 둔한(?) 남편들은 이를 눈치 채지 못하고 나중에 아내의 서운함을 유발할 수 있으니 숙지하자.
사실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다. 시끄럽기도 했고, 괜히 아내가 불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을 수도 있다. 금세 먹어버렸다. 아내는 좀 천천히 먹어서 기다려줬다. 아내가 “오빠, 안 뜨거워?”라고 했는데, 비빔밥의 뜨거움이 안 느껴질 정도로 신경이 쓰였나보다.
다른 한 편에서는 ‘현실’들이 발생하고 있었다. 어떤 엄마는 아이가 물컵을 넘어뜨린 것을 치우고 있었고, 다른 한 쪽에서는 아버지가 딸을 한 손에 앉고 이동하고 있었다. 나중에 내 현실이 될 것이다. 나의 아이도 정신없이 소동을 일으키고, 또 말썽을 피우겠지.
정신없이 식사를 마치고 나서 아내와 쇼핑을 했다. 점퍼 하나를 샀다. 내 기준으로는 꽤 비싼 옷인데, 만삭의 아내가 입는다고 하여 선심(?)을 썼다. 아내는 종일 기분이 좋다. 점퍼 때문만은 아니리란 생각을 해본다.
시간이 없을 때, 또는 쇼핑을 하고 얼른 밥을 먹을 때, 때로는 아내와 점심시간을 활용해 데이트 할 때 등 백화점은 종종 데이트의 장소로 애용됐다. 경험상(서울에 있는 백화점은 반 정도 가본 것 같다)으로는 다들 훌륭한 백화점 식당가이겠지만, 걷기가 편하면서 식당가도 괜찮은 곳은 타임스퀘어, 한적하고 고급스러운 곳은 갤러리아, 무난한 것은 현대백화점 아닌가 싶었다. 시내에서는 신세계에 많이 가는 편이다.
데이트 이어가기
토요일이나 일요일 등 주말에 백화점에 가는 경우, 대부분 각종 경조사나 행사와 일정이 겹치거나 이어지게 된다. 부부동반 모임을 왜 가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는 대목이다. 최근 출산휴가를 들어간 아내는 심심하다. 아무리 바빠도 내가 아내에게 시간을 할애하고 또 함께 해야, 아내의 우울함도 덜할 것이다.
이날 저녁에는 아는 형님의 주재로 열리는 송년 행사가 있었다. 아내는 처음에는 그냥 집에 있겠다고 사양을 했지만, 몇 차례 권유를 하자 함께 가기로 했다. 출장뷔페가 있는 행사였다. 아내와 안면이 좀 있는 나의 친구도 한 명 참가를 해 셋이서 담소를 나누면서 식사를 했다. 자신이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행사에 가면 소극적으로 나오는 아내에게, “얼른 밥 가지러 가자”고 권유하거나, 아내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것은 조금은 적극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촉매제가 된다.
동선을 잘 짜는 것도 기본이다. 이날 우리 부부는 ‘현대 미아 → 병원 → 논현동 행사장 → 집’의 동선으로 진행했다. 교통편과 편의성을 잘 챙겨봐야 한다.
* 현대백화점 미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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