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정태 편집장] 지난 4일 교보생명(신창재 회장)은 “진정한 연금보험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보도자료 배포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신상품 ‘미리보는 내 연금 교보변액연금보험’을 판매한다고 밝혔습니다.
파격적으로 보였습니다. 통상 변액보험은 보험금을 얼마나 받을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게 특징인데, 교보생명의 신상품은 만기(25년)를 유지하면 납입기간(20년) 5%, 거치기간(5년) 4%를 적용해 150만원을 평생 최저연금액으로 보장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주로, <교보생명, ‘미리 보는 내 연금 교보변액연금보험’ 출시>류가 대부분. <최소 年 4~5% 수익 보장.. 변액연금보험 나왔다>, <연 5% 보장까지..변했군, 변액보험>, <교보생명, 최저 이자 보장 변액보험 출시..年 5% 이자에+α까지> 등의 기사도 보였습니다.
‘과연 그럴까?’ 궁금해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교보생명이 최저 월 150만원을 보증한다고 자랑한 상품은 채권비율 70% 이상인 ‘1종 상품’에 한정된 것이었습니다. ‘2.5%/2%’의 이율이 적용되는 2종(채권비율 50%) 상품의 최저 보증 연금액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추후 취재 과정에서 하루 종일 문의를 했지만, “외부에 있다”며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지점 설계사와 통화를 했고, 전화상담을 통해 액수가 ‘75만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월납 보험료 100만원에 한참 미치지 못 하는 금액입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기 전, “5%의 고금리를 주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에 교보생명은 “금리를 높게 쳐 주는 만큼 수수료를 더 받음으로써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대답을 내 놓았습니다.(줬다가 뺏는 건가요?)
공식 보도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없습니다. 다소 불리한 내용이니 굳이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보험사가 리스크를 일부 떠안더라도 연금보험 본연의 가치에 충실하면서..(중략), 연금보험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밝힌 것은 낯 뜨거운 일 같습니다.
이 경우뿐만 아니라 보도자료 곳곳에서 강조한 “바람직한 연금 가입문화를 선도하겠다”는 말은 여러 모로 불편했습니다. 일단, 자사의 상품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보험사들이 그 동안 (연금보험을) ‘저축성 상품’처럼 판매하는 실적 위주 영업관행이 있었다”고 고자질하는 게 썩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반성할 일은 반성을 하는 게 맞으니 이 부분은 넘어가도록 합니다. 그런데, 수없이 강조한 '바람직한 연금문화 조성'의 방법이란 게 고객들에게 “도중에 해약을 하면 손해니까, 보험을 깨지 마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 외에는 안 보였습니다.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10명 중에 8명이 10년 내에 계약을 해지하고, 연금을 수령하는 사람은 그 10명 중에 1명이 안 된다”고 직접 밝히기까지 한 것치고는 너무 안일하고 무성의한 대책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야 “불완전 판매를 줄이기 위해 설명을 열심히 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그거야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 아닌가요?(혹시, 다른 상품은 대충 설명하며 팔고 계신가요?) 장기유지 인센티브를 팍팍 주는 것처럼 써 놓기도 했지만, 요즘 다른 연금상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보도자료 네번째 장에 있는 <기타 상품 정보> 세번째 (Bridge 자금 인출 기능) 부분을 잘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Bridge자금 인출 기능) 보험료 납입을 완료한 후 긴급 자금이 필요할 경우 해지하지 않고 일정금액을 인출하여 연금개시 전에 유동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음. 단 이 때 거치기간의 4% 금리는 적용되지 않아 연금재원은 늘지 않음(교보생명 보도자료 중 일부)
이 문장은 ‘거치기간 중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를 빼내 쓸 경우, 남아 있는 기간 동안 이자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보험료 거치기간에 1년에 1번 브릿지 자금을 빼내 쓸 수 있습니다. 한 번에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은 거치기간에 적용받는 이자율과 같습니다. 즉, 1종(채권비율 70% 이상)의 경우 4%, 2종(채권비율 50% 이상)은 2%를 빼서 쓸 수 있습니다. 남아 있는 돈에는 이듬해부터 약정된 이자가 붙어서 재원이 늘어납니다.
자사의 상품을 과대 포장해서 홍보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칫 상품에 대해 심각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을 쓰는 것도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