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준비생, 아나운서, 아카데미 강사를 거치며 그동안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별의별 고민에 대해 들어보았다. 돈도 ‘백(배경)’도 없다며 울음을 터뜨리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벌써부터 아나운서가 된 이후의 삶을 논하는 사람도 있었고, 동시에 서울3사에 합격하면 어디를 가면 좋을지가 한걱정인 사람도 만났다. 물론 이들은 다소 예외에 속하지만 이제 막 아나운서의 길을 떠올리는 사람들, 한창 준비 중인 학생들, 수 년 째 도전중인 장수생까지 하나같이 털어놓는 고민이 있으니 단연 ‘외모’다.
아나운서에게는 외모가 중요하고, 현직 아나운서 중에는 탤런트에 견줄 법한 얼굴과 몸매를 자랑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아나운서는 엄청나게 예뻐야만 되는 것이 결코 아니며, 예쁘다고 무조건 합격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만나 본 수많은 지망생 중 외모로 탑3 안에 드는 사람들은 모두 아나운서가 되지 못했다. 두 명은 지역 리포터에 그쳤고, 한 명은 아직까지 합격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아나운서에게 요구되는 외모는 결코 김태희 같은 얼굴이 아니라 호감 가는 인상이다.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을 제대로 갖추었을 때 어느 정도 깔끔하고 괜찮다면 아나운서 하기에는 충분하다. “못생긴 여자는 없다. 못 꾸미는 여자가 있을 뿐이다.” 화장품 브랜드로 유명한 ‘에스티 로더’ 여사의 말은 외모 때문에 걱정하는 대다수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다.
대부분의 아나운서는 평범하거나 평균을 조금 웃도는 외모를 가졌지만 ‘잘 꾸미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제대로 꾸미고 멋진 옷과 조명의 도움을 빌어 비로소 화면에 나오기 때문에 시청자에게는 충분히 미인으로 보이는 것이다. 지역에서 일하다가 서울로 이직한 아나운서가 하루아침에 여신처럼 달리 보이는 이유도 한층 업그레이드 된 방송국 장비와 스타일팀의 손길 덕분인 경우가 많다.
전 연령의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으며 오랫동안 가장 활발하게 일하는 아나운서는 누구일까? 이금희, 황수경, 정은아, 손석희, 손범수 씨 등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분들이 초절정 미녀에 ‘조각남’인가? 솔직히 그건 아닌 것 같다. 비교적 예전에 합격해 활동한 아나운서들이고 요즘은 상황이 다르지 않느냐 반문할 이도 있겠지만, 어느 시대나 미스코리아, 탤런트 출신의 예쁘고 잘생긴 아나운서들은 있었다.
이들의 공통적인 장점을 떠올려 보면 좋은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가 분명해진다. 바로 뛰어난 말 실력이다. 이금희 아나운서하면 정확한 발음과 성우 뺨치는 훌륭한 내레이션이 맨 먼저 떠오른다. 황수경 아나운서는 탁월한 진행자의 대명사고, 정은아 아나운서는 대통령과의 대담에 단독 진행자로 나설 정도의 조리 있는 말솜씨로 유명하다. 손석희, 손범수 전 아나운서들의 능수능란한 진행 능력 역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카메라 앞에 단 몇 번 서보고 화면 속 모습에 실망해 얼굴에 칼부터 대려는 준비생들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대개 외모 자체가 정말 큰 문제라기보다는 카메라가 낯설어 나타나는 어색한 미소와 자신감 부족, 방송에 부적합한 스타일 탓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카메라 마사지’라는 말도 있다. 성실히 준비하며 카메라와 친해지고 자신에게 맞는 헤어, 메이크업, 의상을 고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다듬어지고 정돈되어 가는 이미지를 보게 되니 초반부터 외모 하나로 절망하는 것은 금물이다. 또한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준비를 마친 뒤 그래도 여전히 한 곳이 마음에 걸린다면 그때 가서는 성형수술을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서 지금까지 만난 지망생 중 가장 외모가 뛰어났던 3명 모두 아나운서가 되지 못했다고 했다. 반면 오디오 실력은 최고인데 외모만큼은 참 많이도 부족했던 한 친구는 현재 누구나 알법한 대형사에 입사해 라디오 아나운서로 맹활약하고 있다.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는데 결정적인 요인은 탄탄한 오디오 실력이다. 부족한 외모보다 부족한 실력이 문제다.
박은주 <나도 아나운서가 될 수 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