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해촉 보험설계사에 대한 잔여 유지수수료 지급에 관한 문제야말로 보험업계의 해묵은 여러 이슈 가운데에서도 보험대리점(GA)과 설계사, 양쪽의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난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설계사노조 등에서는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이 문제의 공론화를 위해 애써왔으나 감독 당국은 여전히 양측이 상호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일 뿐 공권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지수수료는 설계사가 보험 모집 익월에 선지급 받는 신계약수수료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모집수수료 총액에서 신계약수수료를 공제한 부분을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에 걸쳐 월별로 분급하는 것을 이른다. GA에 따라서는 ‘유지관리수당’ 또는 ‘계약관리커미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설계사가 GA에 위촉 중인 때에는 해당 계약이 정상 유지되는 한 유지수수료는 지급되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해촉된 경우에는 거의 모든 GA가 잔여 유지수수료를 일체 지급하지 않고 있다. 수수료 관련 규정에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위촉 중인 설계사’로 한정하고 있는 점을 그 근거로 주장한다.
지금까지 법원은 보험사 혹은 GA가 수수료의 지급과 환수에 대한 상세한 기준을 규정해 놓은 ‘영업 제 규정’의 법적 성격에 대해 회사 내부 자치규정의 일부로써 양 당사자 사이의 사적 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해왔다(2003나69589 판결).
이렇게 수수료규정을 회사의 내부규정에 불과한 것으로 보면 그 논리적 귀결로 회사는 이를 제정하고, 그 내용을 변경함에 있어 아무런 제한도 없다. 반면 설계사는 그 규정의 직접 적용을 받는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이에 대해 어떠한 이의를 제기할 권한을 보유하지 못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미래에셋생명과 해촉 FC간의 수수료 관련 분쟁에서 위촉계약서 및 보험영업지침(동 회사의 수수료 지급 및 환수규정)은 약관규제법이 정한 ‘약관’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선언했다(2012다31468 판결). 또 같은 해 수수료규정이 약관임을 전제로 해촉 설계사의 잔여 유지수수료 청구권에 기초한 설계사 측 상계 항변을 받아들여 회사의 수당환수청구를 기각한 하급심 판결이 나오기도 했는데(2012나9731) 이는 매우 전향적인 판결이자 역사의 진일보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위 판결들 역시 해촉 설계사에 대한 잔여 유지수수료 부지급조항이 약관규제법에 반해 무효라는 점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현재도 대다수의 하급심 판결들은 여전히 해촉 설계사의 잔여수수료 청구권을 인정하는데 매우 소극적이라는 점은 대단히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