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1인 미디어 시대! 얼마 전부터 나도 블로그를 시작했다. 아나운서 관련 자료들을 모아 며칠간 ‘폭풍업로드’했더니 하루 방문자가 금세 수백 명으로 늘었다. 파워 블로거가 되려면 매일 ‘유입검색어’ 체크는 필수. 방문객들이 어떤 단어를 검색해 들어왔는지 상위 10개 순위를 파악해서 앞으로 올릴 포스트에 얼마나 잘 반영하느냐가 방문자 수를 좌지우지한다. 아나운서 입사를 주제로 한 내 블로그에서 지난 두 달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1위를 차지한 검색어는 바로 ‘아나운서 연봉’이다.(참고로 2위는 붙여 쓴 ‘아나운서연봉’이다.)
가끔 아나운서가 고액 연봉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억대 수입까지는 아니더라도 간판급 아나운서들의 경우 전문직 정도로는 벌지 않냐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2011년 노동부가 발표한 아나운서 직업군의 평균 연봉은 4072만원으로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지상파 아나운서들의 초봉은 3200만~3500만원 선이고, 서울 3사 중에서는 SBS>MBC>KBS 순으로 연봉이 높은 편이다. 지역 KBS나 지역 MBC 같은 계열사 연봉은 서울과 별 차이가 없지만, 본사 아나운서들은 이른바 ‘품위유지’를 위한 추가적인 의상 지원비 혜택을 정기적으로 받는다. 단, 본인의 의상을 위해서만 쓰도록 남자 아나운서가 여자 브랜드에서 구매하거나 여자 아나운서가 남성복을 구입한 영수증은 제출할 수 없도록 규제를 두고 있다. 대기업 사내방송국의 상주 아나운서들은 일반 사무직 사원들과 100퍼센트 동일한 연봉을 받고, 작은 케이블이나 인터넷 방송국 아나운서들의 월급은 가장 낮다고 봐야 한다.
물론 아나운서들은 기본 월급 외에도 회당 프로그램 출연료, 분장비, 교통비, 출장비 등을 따로 받는다. 그러나 TV 프로그램의 회당 출연료가 2만원 이하, 라디오가 5000원 정도라서 한 달 내내 모아도 큰돈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3분짜리 라디오 뉴스 한 개를 진행하고자 밤늦은 시각까지 대기하던 동기 아나운서가 이런 말을 한 적도 있다. “회사에 그냥 5000원 드리고 퇴근하고 싶네.” 그러나 농담은 농담일 뿐, 실제로 아나운서들은 단돈 몇 천원, 만원이라도 빠짐없이 추가시키고자 오전 9시~오후 6시 전후로 근무를 하고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시간 외 근무 대장을 꼼꼼히 쓰는 것이다.
다만 외부 행사 진행이나 강의를 맡으면 한 번에 꽤 많은 수입을 얻기도 한다. 특히 지역 민방은 아나운서들의 행사 출연에 제약을 두지 않기 때문에 본인의 능력에 따라 행사만으로도 매달 고소득을 올리는 아나운서들이 있다. 나 역시 지역민방의 신입 아나운서 시절에도 단 30분 진행에 100만원을 받은 기억이 있다. 반면 KBS와 MBC는 본사와 지역사 모두 회사가 허락하는 경우에만 외부 행사를 맡을 수 있고, 사례비 또한 회사가 정한 기준 이하로만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토크쇼에 출연한 김현욱 전 KBS아나운서가 “프리 선언 전 연봉보다 몰래 행사로 번 수입이 더 많았다. 들통나서 감봉 조치를 받은 적도 있다. 그때 ‘감봉해라. 난 행사로 더 벌면 되니까’하는 잘못된 생각까지 했었다”는 솔직 발언을 하기도 했다.
따라서 고액 연봉을 바라고 아나운서 준비를 시작하려 한다면 다른 길을 찾는 편이 좋다. 특히 돈과 인기가 가장 절실한 학생들은 더더욱 아나운서 시험을 보지 말고 일찌감치 탤런트, 가수 등 연예인의 길로 직행하는 편이 낫다. TV에서는 연예인들과 섞여 마냥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아나운서 역시 월급날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직장인이다. 물론 그 자부심과 프로페셔널리즘만큼은 연예인이나 변호사 등에 뒤쳐지지 않지만 말이다.
박은주 <나도 아나운서가 될 수 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