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현우 기자ㅣ #. A보험사에 TM(텔레마케팅) 전문 보험설계사로 입사해 일하고 있던 김 씨에게 어느날 갑자기 보험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의 우편물이 전해졌다. 입사 전에 상해보험을 가입한 B보험사가 보낸 것이다. B사는 규정상 타사 보험설계사는 보험 가입을 할 수 없다며 미안하지만 기존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상당수 보험사는 타사 소속 설계사나 대리점 등 보험 설계와 관련된 직군의 보험 가입을 거절하고 있다. 보험상품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악용할 소지가 있어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도 이들의 보험 가입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소비자이기도 한 이들이 타사에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입을 거절당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손해보험협회가 공시한 ‘2018년 하반기 위험직군 가입현황’에 따르면 상해보험을 판매하는 15개 손보사 중 12곳은 보험설계 관련 직군의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심사를 거쳐 선별 인수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 역시 상품을 판매하는 손보사 10곳 중 9곳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전제한 ‘심사 후 인수’의 경우 심사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 실제로는 통과가 어렵다.
생명보험사도 설계사와 대리점을 기피하긴 마찬가지다. 상해보험을 취급하는 19개사 중 6곳이 이들을 가입거절 직군으로 분류했고, 실손보험은 12곳 중 4곳이 이에 해당한다.
보험업계는 모럴해저드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가입거절 이유를 설명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설계사들은 보험상품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보험사기 등 모럴해저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소속 보험사가 다를 경우 서로 계약을 밀어주며 불완전판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설계사들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이번 달에는 A사 설계사의 실적을 올려주고 다음 달에는 B사 설계사의 실적을 올려주는 등 일종의 품앗이 사례가 있었다”며 “이로 인한 불완전판매는 결국 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설계사와 대리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설계사는 “우리는 보험설계 직군에 종사하고 있음과 동시에 보험소비자이기도 하다”며 “내 상황에 더 맞는 보험이 타사에 있어 가입하려고 해도 직업이 설계사라는 이유만으로 가입이 거절되는 건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대리점을 운영하는 관계자도 “보험사가 우려하는 부분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직군 자체를 거절하기보단 인수심사를 강화해 불완전판매나 보험사기 가능성이 높은 설계사를 걸러내는 등의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인보험대리점(GA)은 타사 설계사에 대한 보험가입 거절을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GA 소속 설계사는 “GA는 여러 보험사의 설계사 코드를 받을 수 있어 보험사 전속 설계사보다는 타사 보험상품 가입이 수월한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