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정부가 혁신금융의 일환으로 ‘지식재산권(IP) 금융’ 활성화 대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최근 관련 상품을 출시한 신한은행에서 IP를 담보로 한 첫 대출 사례가 나왔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행장 진옥동)은 최근 ㈜쓰리에이씨가 보유한 IP를 담보로 7억원의 대출을 취급했다. 지난 10일 ‘신한 성공두드림 지식재산권(IP) 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한 지 2주 만에 나온 첫 대출 성과다.
신한은행의 IP담보대출은 IP 가치평가금액의 최대 60%까지 대출 가능하다. 대출 한도는 최소(3억원)만 정해 놓았을 뿐 최대 금액은 잡아 놓지 않았다. 기존 타 은행 상품의 경우 평가 금액의 40%까지만 대출이 가능하고, 그마저도 10억원의 한도가 정해져 있어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이다.
단 은행 신용등급 BBB- 이상만 신청 가능하다. 적용금리는 3월말 기준 연 3.76%(기준금리 2.21%+가산금리 1.55%)다. 대출기간은 운전자금의 경우 3년 이내, 시설자금은 15년 이내다.
이번에 대출이 취급된 ㈜쓰리에이씨는 에어컨,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에 사용되는 필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담보로 인정받은 IP는 ‘마이크로캡슐화된 흡착물질을 이용한 다공성 흡착제 및 이의 제조방법’으로, 외부기관을 통한 기술가치평가액은 15억 4400만원으로 평가됐다.
쓰리에이씨의 기술평가를 담당한 김진영 신한은행 기업금융부 차장(변리사)은 “해당 IP는 정수기 등의 필터에 들어가 미세물질을 잡아내는 ‘흡착제’를 제작하는 기술”이라며 “이 흡착제는 그동안 국내에 제작 기술이 없어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왔는데 쓰리에이씨가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의 ‘1호 IP담보대출’을 취급한 지점은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디지털중앙기업금융센터’다. 대출 상담은 이승근 부지점장 겸 RM(Relationship Manager)이 직접 진행했다.
이 부지점장은 “IP담보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은 자금 확보뿐 아니라 공신력 있는 가치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사업화 전략 구상 및 영업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IP담보대출 상품에 관심을 갖는 중소기업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품 출시 2주가 지난 현재 대출 신청 건수는 20건이며 대출 실행 절차가 진행 중인 건은 총 4건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우선 기존 기술금융 신청 기업 가운데 IP담보대출에 적합한 기업을 선별해 자금수요 여부를 알아보고 있다.
최진용 기업금융부 차장(공학박사)은 “아직 상품 출시 초기라 알아서 찾아오는 기업은 많지 않은 편”이라며 “은행이 먼저 적합한 기업에 상품을 권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내에서 현재 IP담보대출 관련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곳은 기업금융부 기술전담팀이다. 20명으로 구성된 기술평가팀은 변리사(12명), 공학박사(4명), 기술평가기관 출신(2명) 등 외부 전문인력이 대다수고, 나머지 2명의 은행원도 ‘기술신용평가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 모든 팀원이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최진용 차장은 “IP금융이 국내 은행에선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고, 실제로 신한은행도 2014년에 상품을 출시했다가 1년만에 판매 중지한 아픔이 있었다”며 “과거와 달리 현재는 은행 내에 전문인력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문제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은행은 지식재산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혁신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최근 신기술 성장 Lab을 출범시켜 IP 담보대출 전담 심사 체계를 구축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유관기관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우수한 IP를 보유한 중소기업 발굴 및 자금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