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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취약층은 곧 재난취약층..전이방지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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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March 06, 2018, 11:03:10

[정군식 박사의 안전한 이야기]

[정군식 박사] 2008년 1월 17일. 일본 오사카대학에서 방재계획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지도교수인 요시무라히데마사(吉村英祐)교수와 고베시(神戸市)를 방문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고베시는 1995년 1월 17일 오전 5시 50분께 진도 7.3규모의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해마다 1월 17일은 고베시 전체가 당시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애도를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물결로 넘쳐난다. 이날은 많은 술집이나 나이트클럽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피해가 심했던 나가타구(長田区)라는 곳을 견학 중이었다. 그곳에는 대지진 당시의 참상을 후대에 알리기 위해 남겨둔 건물의 잔해가 있었고, 지진으로 찢어지고 내려앉은 부두가 복구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대지진 당시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찍고 내용을 기록하고 있을 때였다. 

 

멀리서 우리의 모습을 살펴보던 고운 할머니 한 분이 가볍게 인사를 건네며 물었다. ‘수고하십니다. 실례지만 뭐 하시는 분들인가요?’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했지만 ‘네, 저희는 지진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들입니다.’라고 사무적이지만 차갑지 않게 대답해 드렸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럼. 내 이야기 좀 들어봐 줄래요?’라고 제안했다. 달리 거절할 이유가 없던 요시무라 교수와 나는 할머니가 앉아있던 벤치근처로 자리를 옮겼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대지진 당시 할머니는 바로 이곳 나가타구에 살았다. 이곳은 부두와 가까워 노동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았는데, 그 중에는 재일조선인(재일동포)과 오키나와 사람들이 특히 많았다. 일자리도 많고 목조주택이 대부분이어서 집세도 저렴했기 때문. 

 

지진이 발생한 당일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두 아들을 출근시키고 본인도 막 식사를 하려던 찰나에 순식간에 집이 무너져 내렸다. 다행히 두 아들이 할머니를 구해서 안전한 곳으로 가려던 도중, 분명하고 똑똑한 소리가 들렸다 “아줌마. 살려줘요”. 손녀처럼 귀여워하던 이웃집 여자아이였다. 

 

본인도 다리가 부러져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지만, 두 아들에게 아이를 구하게 했다. 그러나 번져온 불은 두 아들까지 위협했고, 무너진 건물잔해는 너무 무거웠다. 결국 할머니는 여자아이가 숨지는 장면을 보게 됐다. 지금도 그 때의 일이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그래서 해마나 오늘이 되면 이곳으로 와서 아이의 명복을 빌고 있다.

 

할머니는  허리를 굽히며, 그리고 간곡하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두 분, 지진을 공부하신다고 하셨지요. 더욱 열심히 공부하셔서 다시는 저와 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사람들에게 방재(防災)·안전 관련 강의나 강연을 부탁 받게 되면 늘 소개하는 에피소드다. 그 할머니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어 더욱 열심히 공부했노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웃는다(사람들이 왜 웃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말씀이 전혀 헛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말씀을 좇았든 그렇지 못했든 나는 방재분야의 전문가가 됐으며,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을 위해 지식과 경험을 살려 방재 관련 일에 종사하고 있으니까.

 

앞서 소개한 에피소드는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바로 사회취약계층은 곧 재난취약계층이라는 사실이다. 안전은 돈으로, 지식으로, 그리고 다른 노력으로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돈도 있고 빽(좋은 의미로 지식이라 하자.)도 있는 사람들에게 안전은 필수이지만, 당장의 생활이 걱정인 사람들에게 안전은 나중의 문제로 밀려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社會脆弱階層(사회취약계층)의 災難脆弱階層(재난취약계층)으로의 轉移防止(전이방지)’

 

책상 위 컴퓨터 모니터에 붙어있는 글이다. 앞으로 <인더뉴스>의 지면을 빌어 안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려 한다. 일단 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한 뒤 공을 독자들에게 넘겨, 새로운 차원에서 방재(防災)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사회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보다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English(中文·日本語) news is the result of applying Google Translate. <iN THE NEWS> is not responsible for the content of English(中文·日本語)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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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군식 박사 기자 mirip@inthenews.co.kr


금융위, ‘상호금융팀’ 출범…새마을금고 감독 강화

금융위, ‘상호금융팀’ 출범…새마을금고 감독 강화

2024.04.29 10:00:16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금융위원회는 신협·농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상호금융팀'을 설치·운영한다고 29일 밝혔습니다. 범부처 협업조직으로 금융위가 주관하고, 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가 협력하는 구조입니다. 상호금융팀은 상호금융권에 대한 국민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합니다. 부동산·건설업 대출 등 부실우려여신을 중심으로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부실채권 매각, 채무조정 등 리스크 관리도 지속적으로 추진합니다. 유사시 대응능력도 상시점검해 상호금융 시스템이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관리합니다. 현재 행안부에서 관리·감독 중인 새마을금고에 대해선 올해 2월 부처간 체결한 협약에 따라 금융위(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행안부(새마을금고중앙회)의 감독 협업체계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상호금융팀은 상호금융권 규제 차이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도 주요과제로 추진합니다. 그간 상호금융은 다소 느슨한 건전성규제와 지배구조 제도가 적용되면서 업권 내에서도 규제 차이로 인한 형평성과 불공정경쟁 이슈가 제기돼 왔습니다. 지속적인 자산규모 확대와 고위험대출 증가 등 외형과 실질에 맞는 정교한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합니다. 신협-금융위, 농협-농림축산식품부, 수협-해양수산부, 산림조합-산림청, 새마을금고-행안부 등 관계기관이 공조해 체계적인 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금융위 주관, 고용노동부·행안부가 협력하는 복합지원팀이 신설됩니다. 복합지원팀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가 금융은 물론 고용·복지까지 통합지원하는 종합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완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취약계층 금융지원은 금융위(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고용지원은 고용노동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개별적으로 집행해 충분한 연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협업조직이 출범하는 만큼 취약계층에 대한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이 제공되고 상호금융기관에 대한 국민신뢰가 회복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현장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업하겠다"고 부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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