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입문을 위한 지상 특강. 국내 유일, 국내 최다 12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언론고시카페-아랑>의 운영진의 협조를 받아 <인더뉴스>의 청춘 독자들께 촌철살인 언론사 취업팁을 전합니다. [편집자주]
[아랑카페 운영자] ‘내가 아는 것이 진리인가’. 고교 시절 논술 준비를 하면서 읽었던 책의 제목이다. 역설적이지만, 현직 기자로서 예비 언론인들에게 강의를 하면서 가장 많이 말하는 말이기도 하다.
의외로(?) 언론인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아집 또는 고집이 강한 친구들이 많다. 언론의 사명이 사회의 소금이라는 점에서 할 말을 하는 인재상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할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안 되지 않는 얘기를 박박 우겨가면서 강조하는 지원자들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탈락 말고는 답이 없겠다.
한때 언론사 입사를 도와줬던 학생 S군 역시 그런 예였다. 그는 르포 기사 작성 연습을 하는 중이었고, 현장 냄새가 나는 사회 고발성 르포 또는 새로운 트렌드를 담을 수 있는 르포를 1주일간 고민해 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가 가져온 기사는 축구 선수들이 골을 넣을 때 돌파하는 방법에 대한 기사였다. 현직 선수 몇몇의 사례라고 붙여놨지만, 실제로 자신이 취재한 것도 아닌 인터넷에서 긁어온 것 같은 내용이었다. 그와 대화를 나눴다.
필자: 사회 고발성 르포를 찾아보라니깐.
S군: 저는 이걸 쓰고 싶었습니다.
필자: 합격 안 하려고?
S군: 저는 제가 써보고 싶은 주제도 중요합니다.
필자: 그럼 고발성 르포는 연습하지 마라.
결국 S군은 몇 차례 다른 스터디원 등으로부터 심한 질타를 받고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후 필자가 사회 고발성 르포 기사의 ABC에 대해 알려주고, 써온 기사에 대해 꾸준히 코멘트를 해주면서 실력 증진을 꾀했다.
S군은 꽤 큰 신문에 입사했다. 지금도 아찔하다. S군이 만약 자신이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만 파고들고, 뉴스의 주류라 할 수 있는, 그 중에서도 기사작성시험의 단골 메뉴 격인 사회부 르포 기사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면, 언제 기자가 될 수 있었을까.
나만 아는 ‘진리’는 역설적으로 언론고시에 독이 될 수 있다. 그런 ‘가짜 진리’를 버리고 합격을 향해 다가갈 수 있는 진짜 진리들을 알아보자. 기사작성 시험이나 면접 직전에 읽어보고 들어가면 좋다.
#진리1: 나의 경험은 ‘얄팍한’ 것에 불과하다
언론고시 수험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경험들에 대해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을 한다. 특히 ‘팩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살아오던 예비 언론인들은 자신이 직접 보고 느끼고 접한 것은 그 어떤 것과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팩트’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경험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역시 ‘중요한 팩트’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현직 기자도 아닌 수험생 신분으로, 세상을 경험한들 그 범위는 한정돼 있다. 군부대를 기자 신분으로 취재해 보았는가. 치안이 불안정한 중부아프리카 국가 잠비아의 국경 지대를 접해본 적이 있는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남성 수험생 일부는 자신의 군생활을 경험삼아 군복무의 A부터 Z를 ‘구라’로 풀어대겠지만, 그 역시 편협하기는 매한가지다.
봉사활동이나 해외 선교를 다녀온 학생들의 경우, 자신이 경험한 현장이 전부인양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해당 선교지를 미리 가봤던 기자 면접관이 있을 수도 있다. 굳이 가보지 않더라도 해외의 기사가 쏟아지는 와중에서 수험생이 말하는 것이 새롭거나 중요하게 느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런 경우 “중요한 기사 아이템을 하나 내 보라”는 주제에 대해 수험생은 자신이 생각하는 아이템이 꼭 필요하다면서 박박 우기게 되고, 면접관은 “그 이슈가 그리 중요한 것이냐”면서 비아냥거리게 된다. 결과는? 뻔하다.
#진리2 : 전문가가 됐다는 착각을 버려라
많은 수험생들은 자신이 전공한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라고 착각하기 쉽다. 특히 신문방송학, 공학, 이학 분야를 전공한 학생들 중에서 그런 예가 많다. 신방과를 전공한 학생들은 미디어 분야에 대해서 공부했고, 그 분야로 진출한다는 이유에서다. 공학이나 이학 분야를 전공한 학생들은 심사위원이 해당 분야에 대해 잘 모를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패착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인들 중에 한 일간지에 물리학 전공자만 3명이고, 약학 전공자도 3명이나 된다. 모두가 해당분야 전문기자가 아닌, 일반 기자들이다. 신문방송학은 더하다. 언론학 석사만 수십 명이다.(이 글을 쓰는 필자 역시 언론학 석사학위 취득자다.)
비단 전공뿐 아니다. 자신의 대외활동이나 인턴십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분야에 대해 전문가라는 듯이 말했다가 큰 코를 다치는 경우가 있다. 가령, 한 글로벌 화장품 회사에서 인턴십을 했다면서 자랑을 했는데, 이야기를 듣고 있는 현직 기자는 칼 라커펠트와 인터뷰를 했던 경험이 있는 식이다. 식견이나 기사의 깊이에서 비교가 되기 어렵다.
#진리3: 양비론의 함정은 반드시 피해야
철저하게 양비론이 적용되는 사례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양비론보다는 적절한 비판의 수위를 조절하는 기사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두 입장 다 자신이 잘 알고 있어 균형된 입장을 견지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이야기를 곁들이는 방식이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은 균형을 줘야 한다면서 양비론으로 ‘너도 그르고 나도 그르다’는 식의 답안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막상 근거로 제시한 문장들도 팩트나 수치가 틀린 경우도 허다하다. 논술에서도, 기사 작성에서도, 토론 및 최종면접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양비론은 결코 최우수 답안이 될 수 없다. 양비론은 또 하나의 아집이나 마찬가지다. 차라리 방향을 잡아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반론이 있다면 어느 정도 들어주는 식의 방식을 택하는 게 현명하다. 면접 답안이라면 7:3이나 8:2 정도의 배분도 괜찮을 수 있다.
#깨알 스킬 하나. ‘알려졌다’를 활용하라
기자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현직 기자들은 모든 기사를 쓸 때 항상 의심하고, 재차 확인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수험장에서 답안지를 쓰는 구직자들이 모든 팩트를 확인해 볼 수도, 수치나 통계를 몽땅 외우고 있을 수도 없다. 이런 경우 ‘수백만 건으로 알려졌다’ 정도로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이 차선일 것이다. 수치를 찍어서 ‘1200만 건’ 등으로 썼다가 틀리면 심사위원은 어떻게 답안을 받아들일까.